▲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모노비츠 수용소의 유대인 중 한 사람이었던 프리모 레비는 대학 졸업 후 화학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43년 9월 나치가 이탈리아를 점령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산속으로 숨어들어 저항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한밤중 파시스트 민병대의 습격으로 체포되어 포슬리라는 곳으로 가게 된다. 이리저리 수용소를 이동하며 고통과 고난을 겪는 프리모 레비는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물자 부족, 노역, 허기, 추위, 갈증들은 우리의 몸을 괴롭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정신의 커다란 불행으로부터 신경을 돌릴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불행할 수 없었다. 수용소에서 자살이 드물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자살은 철학적 행위이며 사유를 통해 결정된다. 일상의 절박함이 우리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다. 우리는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자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수용소는 프리모 레비에게 인간의 분노가 무엇인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보여주었다. 그곳은 절망, 희망, 갈망 등 인간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장소였다. 그는 민병대에 체포되어 미지의 장소로 끌려가면서부터 모노비츠 수용소에서 나오기까지 만나는 사람들을 그 시대적 상황과 연결하여 묘사한다.
1945년 1월, 독일군이 떠나고 프리모 레비는 소련군이 머물렀던 카토비체에서 간호사로 일을 한다. 이후 피폐한 정신과 몸을 이끌고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와 공장에 취업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당시의 고통과 치욕스러운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용소에서 지냈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레비 역시 육체적 아픔,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글을 적어나갔고 이는 곧 책으로 출간되었다.
1946년 2차 세계대전 말기, 인간의 모습이었으나 노예보다도 못한 생활을 했던 모노비츠 수용소의 삶을 그려낸 <이것이 인간인가>. 이 책은 '인간이 무엇이고 인간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수용소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겪는 고통과 수치, 인간의 삶이라고 볼 수 없는 그들의 일상생활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인간의 절망과 삶의 희망에 대한 좌절을 이야기하면서.
레비가 직접 경험한 것들과 그 배경인 수용소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투영한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이 나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자신을 지배자라 여기며 항상 좋은 것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거부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그 결말이 어떠한지를 이 책은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의 삶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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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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