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제8차 대회 개막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했다고 6일 보도했다. 2021.1.6
연합뉴스
또 권력구조가 김정은에게 더 유리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당대회에서 나타났다. 이 점은 당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의 면면에서 표출된다. 개회사에서 김정은은 각급 당 조직 대표자 4750명, 노동당 중앙 간부 250명과 더불어 참관인 2000명이 당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면서 각급 일군(일꾼) 대표들의 소속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표자 구성을 보면 당·정치 일군 대표 1959명, 국가행정경제 일군 대표 801명, 군인 대표 408명, 근로단체 일군 대표 44명이며,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 부문 일군 대표 333명,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 당원 대표 1455명입니다."
각 부문 참가자 숫자 중에서 체제 안정성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당·정치(A), 국가행정경제(B), 현장 핵심 당원(C), 군인(D)의 숫자다. A·B·C(당+정부)와 D(군대)의 상대적 비중은 북한 지도자가 당·국가(당·정부)와 군대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때는 3467명의 각급 대표자가 참가했다. 이중에서 당·정치 부문은 1545명, 국가행정경제 부문은 423명, 현장 핵심 당원은 786명, 군인은 719명이었다.
이번 제8차에는 총 4750명이 참가했다. 전체 대표자 숫자가 3467명에서 4750명으로 37.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당·정치 부문은 26.8% 증가하고, 국가행정경제 부문은 89.4% 증가, 현장 핵심 당원은 85.1% 커졌다. 당·국가 부문의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군인 대표 쪽은 정반대다. 전체 대표자가 37.0% 증가했는데도 군인 대표는 오히려 43.3%나 감소했다. 제7차 때 전체의 20.7%를 차지했던 군인 대표의 비중이 이번에는 8.6%로 줄어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개별적으로 약진한 군부 인사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군대의 비중이 크게 약해졌다.
12년 동안 진행된 권력구조 개편
이는 '북한판 권력기관 개혁'인 군대 위상의 조정 작업이 지난 12년 동안 체계적이고 조심스럽게 진행돼 왔으며, 그런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단계적인 안정화 노선을 걸어왔음을 보여준다고 해석 가능하다.
'선군정치'라는 용어에서 나타났듯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당·국가보다 군대의 위상이 훨씬 앞섰다. 동유럽 공산권 붕괴, 제1차 북미 핵위기(북핵위기), 고난의 행군 같은 비상사태를 돌파할 목적으로 김정일 정권은 당·국가보다 군대를 선(先)에 두는 이례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그 때문에 김정일 시대에는 당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김정일 집권 이전의 마지막 당대회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국내외에 확인시킨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였다. 김정일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집권하는 동안에 단 한 차례도 이 대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김일성이 1945년부터 1994년까지의 49년간 평균 8년에 1회 꼴로 소집했던 것과 대비됐다.
김정일은 당대회뿐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 또 당의 핵심 간부직이 공석이 돼도 인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의 빈자리를 보충하지 않았던 것. 어느 정도는 당을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