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규탄하며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이날 이들은 “청소노동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지만 돌아온 것은 집단해고로 쫓겨났다”며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고 노동조합의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LG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말했다.
유성호
고모들이 땅 짚고 헤엄치면서 회사 순이익 45억보다 많은 60억(2019년)의 배당금을 받아 갈 때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은 허리가 부러져라 일하면서 월급 169만 9000원을 받았습니다. 주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최저임금은 1월이 아니라 4월부터 적용받았습니다.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법을 잘 모른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근무시간 꺾기'도 당했습니다. 평일 휴게시간을 30분 더 잡아 일주일에 2.5시간의 근무시간을 깎고 격주에 한 번씩 토요근무를 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쉬는 날 공짜 왁스 청소까지 해야 했습니다. 왁스 청소하는 날엔 밥 한 끼 안 주는 회사에 아무 말 못 했다고 합니다.
S&I는 서비스 질 저하 때문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합니다. 새벽 첫차 타고 다른 직원보다 한두 시간 일찍 나와 퇴근 시간 그 마지막까지 하지 말라고 해도 청소를 더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코로나가 터져 더 열심히 청소하고 방역한 노동자들입니다.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렇게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어도 한마디 말도 못하고 일했던 노동자들입니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데가 없는 60대 고령의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S&I는 지수INC의 미화직 부분만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시설직 부분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로지 미화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동안 손에 물기 마를 날 없이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밉보이면 잘릴까봐 관리자들의 부당한 지시도, 온갖 상납 요구와 갑질도 참았던 노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고 욕보이는 게 '정도경영'입니까? 더 이상 노예처럼 살기 싫다는 게 무리한 욕심입니까?
책임 없다는 그 가벼운 말
LG는 모른다고 합니다. 무엇을 모릅니까? S&I를 모릅니까? 지수INC를 모릅니까? LG그룹 수많은 빌딩에서 일하는 지수INC 노동자를 모릅니까? 청소노동자들은 유령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입니까?
LG는 책임 없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은 지수INC 빌딩이 아니라 LG트윈타워를 청소했습니다. 원청이 청소구역을 정해줬습니다. 원청의 지시 없이는 빗자루 하나 잡기 어려웠습니다. S&I와 지수INC를 좌지우지하는 건 총수 일가 아닙니까? 이런데도 책임이 없습니까?
트윈타워 건물에는 수십 명의 용역경비가 노동자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20일 넘게 집에도 가지 못하고 차디찬 대리석 바닥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일에는 사측이 전기도 끊고 난방도 끊었습니다.
도시락도 막았습니다. 관리자들이 가족이 가져온 초코파이까지 빼앗아 내동댕이쳤습니다. 정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반인권적인 탄압입니다. 이것도 모르는 일입니까? 책임 없는 일입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책임도 없어 일방적으로 손 뗀다고 하면서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입니까?
LG는 지수INC의 사업(지분) 매각은 현재 종업원 2900여 명 전원의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지수INC가 아니라 LG가 얘기하는 게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관계가 없다고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더 큰 문제는 아직도 LG가 노조 탄압, 노조 깨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2900여 명 전원 중에 트윈타워 조합원들은 모두 해당이 되는 것입니까? 이것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을 트윈타워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뿔뿔이 전환 배치시키겠다고요? 노조를 깨려는 방법 아닙니까? 이게 제대로 된 고용 보장, 고용 승계입니까?
유령이 아니라 인간
정말 반성한다면, 조금이라도 구조적 문제를 파악할 줄 안다면 문제의 뿌리인 하청, 재하청 구조,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생각하고 변화 시켜 낼 것입니다.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탄압과 꼼수는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착한 기업 LG는 허상이었습니다. 기만이었습니다. 사과해야 합니다. 똑바로 해결해야 합니다. LG는 지금 LG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한 청소노동자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LG트윈타워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청소노동자들의 온전한 고용 승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LG 제품 불매운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청소노동자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조할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청소노동자는 유령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입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이 가장 높은 희망을 쏘아 올릴 것입니다.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LG제품도 쫓겨나요"가 우리의 외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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