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으로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이현정 씨 (사진 : 정민구 기자)
은평시민신문
"뭔가를 공헌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에요."
가정위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현정씨가 꺼낸 말이다. 가정위탁이라는 말도 생소하고 그 말에 가려진 어떤 슬픔 혹은 어떤 위대함이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하던 기자에게 그녀는 웃으며 그러나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원래 어린이집을 운영했어요. 부모의 문제로 가정이 해체되는 일이 있는데 그럴 때 마땅히 어디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찾다 가정위탁을 알게 됐어요."
이현정씨가 가정위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3년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부모의 경제적 사정·이혼 등의 문제로 아이의 뜻과는 달리 어느 한 쪽의 부모를 따라가거나 조부모에게 맡겨지는 등의 모습을 보게 됐다.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좀 더 늦은 시간까지 보육을 맡아주는 정도 이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어린이집을 다닌 한 아이의 아빠로부터 더 이상 어린이집을 다닐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기가정이었고 아이는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졌다. 안타까웠지만 데리고 있겠다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틀 뒤 아이 아빠로부터 아이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는 이씨 집 창고에 숨어있다 발견됐다. 당시 운영하던 어린이집과 이씨의 집이 인근이라 아이들이 종종 이씨 집 마당에서 놀기도 했다. 아이를 찾았지만 아이 아빠에게 되돌려 보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울며 가는 아이를 보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면 내가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 가정위탁제도를 알게 됐다. 가장위탁제도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보호 양육을 희망하는 가정에 위탁해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이와 친부모와의 재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입양과는 다른 제도이다.
"서울시가정위탁센터에 연락해서 물어보고 남편한테도 얘기했어요. 남편도 제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흔쾌히 함께 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저희 둘째 아이와 위탁아이 간에 일정 이상 나이 차이가 나야 해서 2013년도에는 포기하고 2014년이 되어서 다시 센터를 찾아갔죠."
가정위탁을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지, 범죄경력은 없는지 등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 양육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위탁가정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난 첫 번째 아이는 또래보다 표현력과 발달이 늦은 편이었다. 아이가 자극을 많이 받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에 금방 좋아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아이는 2년이 채 되지 않아 친가정으로 복귀했다. 잘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명절 때 잠깐 연락하는 정도의 관계만 유지했다. 정들었던 아이를 보내고 난 후 2016년에는 두 번째 아이를 만나게 됐다.
"처음 돌봤던 아이 아빠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또 다시 여러 가지 위기상황에 몰리게 돼 아이가 다시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죠. 다른데 보내지 말고 저한테 다시 보내 달라, 아빠가 괜찮아질 때까지 돌봐주겠다고 얘기하고 다시 저희한테로 왔어요."
현재 은평구 내 가정위탁은 7가구다. 서울시가정위탁센터를 통해 서로 자조모임도 진행하고 교육도 받고 서로 정보도 주고받는다. 이현정씨가 자조회 모임 회장을 맡으면서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있다.
"서로 지지해주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어요. 너희만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형, 누나, 엄마, 아빠가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작은 금액인데도 정말 아이들이 좋아했고 그 모습 보면서 또 저희는 너무 뿌듯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한 활동이라도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 건 아닐 터, 어떤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가정위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일거에 거둬내 버렸다.
"애들 키우는 건 다 똑같아요. 아이 때문에 행복하고 속상하고 다 그런 거죠. 위탁아이들이라고 사춘기가 없을까요? 위탁아이여서 그렇다는 편견을 내려놓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주면 됩니다. 어른들은 이 과정을 지켜봐주면 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