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핑거 그림책
그림책 속의 주인공 '나'는 때때로 어지럽게 하고, 때때로 무섭게 하는 그것, '불안'을 만나보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저 밑바닥에 있는 그것의 끈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지요. 그랬더니 거대한 새의 모습을 한 '불안'이 나타납니다. 조류 공포증이 있는터라 저는 거대한 새 한 마리로 표현한 '불안'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아주아주 무서운 너, 불안은 나를 쫓아다닙니다. 숨어도 찾아냅니다. 끈을 왜 잡아당겼을까 후회도 해보지요. 머릿속이 온통 불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지요. 그러다 지쳐떨어진 내가 잠이 듭니다. 깨어나서 다시 끈을 잡아 당겼는데, 거기엔 작아진 '너', 불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아졌을 뿐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건 여전합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불안'의 딜레마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결국 주인공 '나'는 불안을 '벗'삼기로 합니다. 두려울 때도 있지만, 고민도 나누고, 무서움도 나누면서. 불안을 내 마음의 한 모습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조미자 작가는 '벗삼는' 것으로 '승화'시킵니다.
'불안'을 받아들인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심리치료사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의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습니다>에서는 불안을 '신호'라고 정의내립니다. 우리에게는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기쁨, 흥분과 같은 핵심적인 감정이 있는데, 이들 감정 중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나면 동시에 그를 억제하고자 하는 감정이 나타나게 되고 이들 여러 감정들이 충돌할 때 '불안'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의 감정은 사랑하며 미워하는 것처럼 동시에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섞이기도 하는데 이때도 '불안'은 예외없이 등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불안'은 <불안> 그림책의 주된 색채인 붉은 색처럼 우리 맘의 '빨간 신호등'과도 같습니다. 감정이 과잉된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빨간 신호등인 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