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자꾸만 되살아나는 불길인화물질이 많아서 자꾸만 되살아 나는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대원과 의소대원들이 애쓰고 있다
오창경
가화리 주택 화재 현장 근처에 갔을 때 이미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고 있었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것 같은 불길이 집안에 가득했다. 안에 사람들이 있다면 피해가 클 상황이었다. 다행히 집 주인은 불길을 빠져나와 정신 나간 얼굴로 불길이 치솟고 있는 집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의용소방대원들은 즉시 적십자에 주택 화재 사실을 알리고 화재 피해자를 위한 구호 물품을 요청했다. 또 소방차가 잘 진입할 수 있도록 마을 입구에서 주차와 교통을 통제했다. 지역의 의용소방대원들은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점검하고 화재 진압 연계 활동을 한다.
주택 화재 현장에는 인화 물질이 많았는지 불길이 잡힌 듯하다가 다시 불길이 치솟기를 반복했다. 지어진 지 오래된 집들은 내장재로 각목과 합판, 스티로폼 등으로 보수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그런 것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서 화재를 진압하기가 쉽지 않았다.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들의 방호복이 점점 더러워질수록 불길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노후화된 주택은 뜨거운 열기에 금이 가며 붕괴 조짐을 보이고 마당의 헛간은 불을 끄는 소방호스의 물줄기에 힘없이 주저앉고 있었다. 소방차가 5대씩이나 출동했고 화재 진화 시간은 2시간이 훌쩍 넘고 있었다. 불길과의 숨바꼭질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자꾸만 되살아나는 불길은 소방대원들과 의용 소방대원들의 안타까운 마음마저 불태울 기세였다.
거실 창문들은 이미 불에 타서 흔적도 없어져 버렸고 벽돌로 쌓은 주택의 골조만 남은 상태에서도 집안의 잔불은 잡히지 않았다. 현관 쪽으로 쌓은 벽이 붕괴 위험이 있어서 안으로 진입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각목으로 세운 지지대가 불에 타서 의지하고 있던 양철 지붕도 무너져 내릴 기세였다.
소방대원들과 의소대원들이 힘을 합쳐 양철 지붕을 걷어내자 LPG 가스통이 4통씩이나 눈에 띄었다. 화재를 진압하다가 가스 폭발로 이어질 위기였지만 대원들은 침착하게 가스통들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놓았다. 소방대원들은 항상 화재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위기의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남달랐고 의소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소방 활동 대처능력을 키우는 소집 훈련을 해서 노련했다.
긴박한 상황이 4시간이나 흘러서야 불길이 잡혔다. 집안에 타지 않은 세간은 한 가지도 없었고, 모두 잿더미로 변해있었다.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았고 옆집과 산불로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불길이 잡힌 것을 위안으로 여겨야 마음이라도 편할 상황이었다.
컵라면과 생수로 허기를 달래는 소방대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