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일부 의료진 거부> 보도의 일부
SBS 영상 캡처
이유도 갖가지였다. 그간 백신을 빨리 못 구했다고, 왜 하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먼저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등' 아니냐고 정부와 방역당국을 타박하던 이들의 트집잡기 말이다.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이들이 또 다시 불안을 조장하고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SBS <8뉴스>의 '"부작용? 백신 맞느니 사표"… 일부 의료진 거부' 보도는 극히 일부 의견을 침소봉대한 전형적인 불안 조장 보도였다. 안정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일반적인 상황을 최대한 부풀린 모양새라고 할까.
SBS 보도의 근거는 일부 수도권 노인 요양병원 간호사나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 의견, 그리고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 인터뷰 및 천 명 넘게 동참했다는 의료 관계자들의 서명 등이었다. 이 중 의료 관계자들의 '백신 거부' 서명의 경우 참여자가 이름, 이메일 등 매우 간단한 정보만 기재하도록 한 것을 두고 중복 서명 등 조작이 용이하다는 지적이 나온 상태였다.
이틀 후 정부 발표를 보면,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코로나19 치료병원의 환자, 그리고 의료진과 요양보호사 등 근무자들로 확정된 국내 1차 접종 대상자 34만 4천여 명 중 백신 접종에 동의한 이들이 93.8%에 달했다고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동의율은 93.6%, 화이자 백신의 동의율은 94.6%였다고 한다.
보수야당은 어떤가. 일례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일부 외신 보도를 인용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효능 면에서 월등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하다"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실제 효과가 입증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 시각) 가디언과 BBC 등 외신은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과 스코틀랜드 공중보건국 연구팀 연구 결과를 인용, 접종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들의 병원 입원 위험이 94%가 줄었다고 보도했다. 효능이나 부작용이 심각하단 지적이 무색해지는 결과였다.
국민의힘이 애초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65세를 제외한 것을 두고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선 것 역시 안정성 문제가 아닌 임상결과 숫자가 적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을 외면한 엉뚱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백신 물량부터 백신 종류, 접종 시기까지, 그야말로 사사건건 트집이었다. 그것이 과연 '백신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공세였는지 의문이다. 이런 공세가 과연 국민 안전을 고려하고 백신 관련 정부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우려였을까? 지난해 독감 백신 쟁점화를 연상시키는 '백신의 정치화'이자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느낀 국민이 상당수 아니었을까?
'대통령 1호 접종'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 등 대통령이 첫 번째로 백신을 접종한 국가들의 경우, 각국의 상황과 현실에 맞는 전략을 택했을 뿐이다. 이를 무시한 채 유승민 전 의원은 앞서 소개한 SBS 보도 다음날 "대통령이 먼저 맞으라"며 공세를 폈고,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언주 전 의원 등이 "내가 먼저 맞겠다"라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현재로서는 정해진 순서에 맞춰서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정 청장이나 방역당국은 물론 다수 국민들 또한 영화 <곡성>의 "뭣이 중한디?"란 유행어를 떠올렸음직한 비생산적인 일대 소동극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백신의 정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