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원 실상사
오창균
12년 전, 삶의 방향을 바꾸려고 인드라망 불교귀농학교를 찾은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귀농학교에서 만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사람들 중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삶을 전환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농교육의 첫 강의는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이었다. 맑고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파도처럼 호통치듯이 허상에 얽매인 귀농은 하지 말라고 했다. 삶을 바꿔보려는 사람들에게 격려가 아니라 냉철하게 실상을 보라고 하는 것이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말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 후로 농부의 길을 돌고 돌았지만 뒤돌아 보면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헤매고 있었다.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고, 여러 개의 이정표가 있었지만 마음이 가리키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