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탈시설장애인당 서울시장후보
이희훈
코로나는 취약계층에게 특히 가혹했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모여 사는 장애인들은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2020년) 12월 한 달간 경기 안산 평화의집(입소자 47명 중 19명 감염), 서울송파 신아재활원(입소자 117명 중 56명 감염), 경기 파주 아름다운누리(입소자 49명 중 31명 감염) 등 중대형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시설에서는 장애인들이 한 방에 뒤엉켜 살아요.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니까 한 명이 아프면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아픈 거예요. 저도 시설에 있을 때는 유행병이 돌면 다 걸렸어요. 신종플루, 아폴로 눈병 다 걸렸어요. 지금은 자립해서 혼자 사니까 코로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내가 조심할 수 있으니까요. 장애인에게는 탈시설이 백신이에요."
김진석 후보는 집단생활을 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코로나 발병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에게 코로나 확진은 지나가는 감염병이 아니라 곧 죽음을 뜻한다고도 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현황(2020년 12월)'을 보면, 장애인 코로나 확진자의 사망률은 7.49%로 비장애인 확진자 사망률 1.2%에 비해 6배 이상 높았다. 코로나 확진자 중 장애인의 비율은 4%였지만,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 중 장애인의 비율은 21%에 달했다.
'탈시설'한 김 후보는 현재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주공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낮에 활동보조인이 가사노동을 하고, 남은 시간은 그 혼자 지낸다. 20대부터 28년간 누려보지 못한 자유다. 김 후보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탈시설 정책이 왜 필요한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장주연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부모님, 언니·오빠와 살고 있는 장 후보는 "올해 목표가 자립"이라고 했다. 그는 "부모님은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마냥 걱정하지만, 사실 장애인의 자립은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게 아니잖나"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결국 지자체를 비롯해 그 사회가 어떤 장애인정책·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가 장애인 자립의 핵심"이라고 했다.
20대 여성, 비혼, 장애인. 장 후보는 서울에서 '젊은 비혼장애여성'으로 자립해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설명하고 싶어했다.
"저는 비혼주의자이지만, 시설에 살면서 임신하고 출산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장애여성들을 많이 봤어요. 장애여성의 동의 없이 불임수술을 하고 자궁적출을 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놀라지만, 저는 이런 사례를 너무 많이 보고 들었어요."
대학생 때, 장애인권동아리를 하며 다른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장 후보는 지난해(2020년)부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립해서 살고 있거나 자립하려는 장애인들을 상담하며, 무엇이 이들의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지 배웠다.
"시설 밖에 나와 살려면, 무엇보다 안전한 집이 필요해요. 장애여성은 주거를 선택할 때 고려할 게 많아요. 휠체어로 아파트·빌라 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봐야 하고요. 아무래도 버스보다 지하철을 많이 타게 되는데, 집 근처 역에 엘레베이터가 설치되었는지도 살펴야 해요."
현재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살고 있다는 장 후보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을 고르느라 가족과 엄청나게 애먹었는데, 정작 이사하고 보니 집 근처 구산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라며 "결국 매일 사무실을 오갈 때 지하철 리프트를 타는데, 그때마다 사고가 날까 무섭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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