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월출산 명소 구름다리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그 다리를 지나가는데 쉽지 않았는데, 그나마 양쪽에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살짝 출렁거릴 때는 그 느낌이 어질어질했습니다.
권성권
그 입구에서 정상는 천황사를 거쳐, 월출산의 볼거리인 구름다리를 지나, 환상적인 뷰를 제공하는 사자능선을 향해 오르고, 이후 경포대 능선을 거쳐 천황봉을 오르는 마지막 관문 통천문을 지나는 코스였습니다.
그 길이 무려 3시간 20분이나 걸렸습니다. 왜 그렇게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더욱이 중간중간에 구름다리와 경포대 능선에서, 통천문에서, 쉼을 얻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너무 힘든데요. 그런데 진짜로 수묵화 같은 느낌이네요."
"그렇죠. 월출산은 우리나라 3대 암산(바위산)이에요."
"그래요? 어디 어딘데요?"
"설악산, 월출산, 그리고 주왕산이에요."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이라 그런지 기가 셀 것 같은데요?"
"그렇겠죠. 그런데 정말로 기가 센 산은 나침반이 안 잡힌다고 그래요."
"그럼 이 월출산도 나침반이 안 잡힐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다음에 올때 나침반을 꼭 가져와서 봐야겠네요."
월출산 정상 천황봉(809m)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언제 그렇게 올라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자 줄을 섰습니다. 우리 일행이 출발할 때만 해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어디에서부터 그렇게 올라왔던 것일까요?
알고 봤더니 천황봉까지 오르는 코스가 세 개나 더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오늘 정상을 찾은 사람들의 수는 예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 때문인 듯 싶었습니다.
"서울 마천동에 살 때 주일 오후에 남한산성을 올라갔죠. 2시간 족히 걸렸었죠."
"인조가 왜 남한산성으로 피한 줄 아세요?"
"글쎄요."
"본래 강화도로 피하려고 했는데, 청나라 군대가 그 길을 지킨다는 걸 알고, 급히 피한 거였어요."
"와우, 그랬어요?"
"사실 광해군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진즉 멸망했을지 몰라요."
"왜죠?"
"임진왜란 때 선조가 도망가면서 세자인 광해군에게 조정을 맡겼거든요."
"그래서요?"
"임진왜란 7년을 광해군이 버텼고, 또 7년을 지키면서 불탄 궁궐들을 모두 세웠죠."
"와우, 재밌네요. 오늘 역사공부 꽤 되겠는 걸요?"
"대동법도, 동의보감도 그때 만들었죠. 또 명청교체기라 부하장수에게 눈치를 보라고 했죠."
"지금처럼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너무 쏠리지 말란 뜻이었네요?"
"그렇죠. 그토록 훌륭했는데 패륜정치를 했다고 신하들이 인조반정을 주도하고, 제주도로 유배시킨 거예요."
"그 뒤에 인조가 맥없이 남한산성으로 도망친 거였네요."
"광해군은 폭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진짜로 조선시대에 위대한 왕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