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대교 모습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쌍둥이 사장교 모습이 주변 섬 풍광과 어우러져 수려하다. 사진 우측 제1 대교가 A형 강재주탑으로 여수 돌산대교와 같이 설계되었고, 좌측 대교가 같은 모습으로 2001년 착공되어 2005년에 완공 된다.
이영천
두 다리는 1980년 12월 26일 동시 착공된다. 공사를 수주한 건설 회사들은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제1호 사장교'라는 칭호는 물론, 강력한 독재 권력을 휘두르는 최고 권력자를 준공식에 초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권력에게 아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욕망이 앞서니 두 눈이 가려진다. 사장교를 시공해본 경험은 전혀 없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공사에 임한다. 흔히 말하는 '돌관작업(突貫作業, 장비와 인원, 자재를 집중 투입하여 한달음에 해내는 공사)'이다. 노동자 인권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누가 빨리 짓는가의 진흙탕 싸움이다. 마치 큰 판돈을 걸고 달리기 시합을 하는, 도박판을 닮은 모양새다.
두 다리 모두 1984년에 준공된다. 진도대교가 10월 18일에, 돌산대교가 12월 15일이다. 진도대교가 준공된 날, 시차를 두고 주암댐 기공식도 열린다. 독재자 전두환은 당연하다는 듯 진도대교 준공식과 주암댐 기공식에 참여한다. 나쁜 권력과 건설대기업의 손뼉이 잘 맞아 떨어진다. 환상적인 이해관계의 절묘한 조화다.
이들 다리는 연륙교(連陸橋)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고립된 섬을 육지와 연결시켜 준다. 그러나 이를 정권의 선전도구로 사용한 행태가 문제다. 전임 독재자를 쏙 빼 닮았다. 토건국가(土建國家, 토건업과 정치, 관료, 언론, 토호세력 등이 이해관계로 유착됨은 물론 세금탕진과 환경을 파괴시키는 체제)의 작동이다. 진도대교 시공경험이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수주발판이 되었다하나, 1982년 착공한 페낭대교에 완공되기 전 진도대교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는 의문이다.
쌍둥이 다리로 재탄생
이런 사유로 진도대교는, 완공기준 우리나라 최초 사장교가 되었다. 길이 484m의 진도대교는 2차선(폭 11.7m)이다. 69m 높이 'A형' 강재(鋼材) 주탑에, 경사케이블을 비대칭으로 걸어 바람을 고려한 유선형 보강 형을 매달았다.
당초 설계하중이 DB-18 2등급(총중량 32.4t이하 통행) 교량이었다. 많은 화물을 실은 대형트럭 등의 통행이 불가능한 다리였다는 의미다. 이로 인한 여러 불편함이 발생한다. 이에 2000년 설계하중 DB-24 1등급(총중량 43.2t) 새로운 다리를 구상한다. 결국 다리는 쌍둥이 사장교로 구상되어진다.
2001년 12월에 착공한다. 착공 전 현장을 답사했다. 그때 화원반도 쪽 휴게소에서 맛 본 우럭매운탕을 평생의 맛으로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음식 몇 가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끼워 넣을 만한 맛이다. 2017년 다시 방문한 진도 길, 휴게소 그 우럭매운탕 집은 폐업하여 없어져 버렸다. 그리운 맛을 잃었다. 마치 첫사랑의 기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무척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