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일의 모든 동작은 순서에 맞게 정확하고 재빠르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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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청소 일. 첫날, 첫 시간. 분리수거부터 시작했다. 이 업체가 관리하는 건물의 외부 벽면에는 회사 마크가 그려진 분리수거 안내문과 분리수거 함이 있다. 빌라에 도착하면 일단 곳곳에 쌓인 택배 상자들과 스티로폼을 정리한다. 매대 자루에 같은 종류의 쓰레기끼리 담아 꼭 묶은 다음 수거 업체에서 가져가기 쉽도록 길가에 옮겨 놓는다.
분리수거가 끝나면 주변을 빗자루로 쓸며 담배꽁초, 쓰레기, 낙엽 등을 치운다. 그리고서 본격적으로 빌라 내부 청소에 들어간다. 먼저 입구 유리와 스테인리스 테두리를 깨끗이 닦고 우편함에 광고지를 모아 버린다.
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바닥을 쓸고 닦으며 내려오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올라가는 길에 극세사 걸레로 창문과 소화기, 각 세대 벨과 현관, 손잡이 등을 닦고, 내려오는 길에 비질과 대걸레질을 하며 동시에 난간을 닦는다.
모든 동작은 순서에 맞게 정확하고 재빠르게 이루어진다. 사장과 실장은 계단을 오가며 큰 힘 들이지 않고 쓱싹쓱싹 박자감 있게 움직였다. 어느 한군데 놓치는 구석이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도구마다 각각의 요령이 있다.
"아무리 지저분해도 걸레만 지나가면 다 깨끗해져."
어느새 입이 벌어진 나를 보며 실장이 한마디 했다. 하나씩 보고 따라 하니 미숙하지만 할 만했다. 눈썰미가 있고 손이 빨라 금방 잘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칭찬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온몸을 움직여 청소를 마치고 반짝거리는 건물을 보니 마음마저 개운했다.
다음 날은 먼 지역으로 나간다고 한 시간 일찍 출근하라고 했는데 아차, 다니던 길이 아니라 막히는 걸 예상치 못했다. 이십 분 정도 지각하고 부랴부랴 도착, 다들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동하는 동안 봉고차 뒷좌석에 앉았는데 앞자리에서 출근 시간과 겹쳐 일이 늦어지겠다는 둘의 대화가 들렸다.
다시 어제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고 내 비중은 좀 더 커졌다. 나 때문에 늦었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에 열심을 부렸다. 사장과 실장의 속도를 따라가기 좀 어려웠지만, 하다 보면 늘겠지 하며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였다. 중간중간 사장이 내 얼굴을 보고 왜 그렇게 허옇냐며 당 떨어진 것 같다고 음료수를 챙겨 주었다. 할만한지도 계속 물었다. 그때마다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일을 마치고 어제처럼 회사 차를 운전하며 퇴근했다. 기운은 좀 빠졌지만, 하루의 일당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다. 집에 오자마자 몸이 침대로 향했다. 에구구 앓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목덜미, 허리,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원래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지만, 하루, 이틀 일하다 말 것 아니니까. 잠시 쉬다 저녁 준비를 하려는데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라앉은 목소리 톤을 한껏 높여 밝은 목소리로 "네, 사장님!" 사장은 잘 들어갔는지, 들어갈 때 안색이 안 좋아서 전화했다고. "잘 들어왔어요!" 그는 심각한 말투로 계속 일할 수 있는지 묻는다. "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뭐냐며 할 거면 확실히 대답하라고 한다. 더 큰소리로 또박또박 "잘할 수 있습니다!" 사장은 그러면 독하게 마음먹고 해보라며 전화를 끊는다.
마음이 싸해졌다. 뭐가 사장 마음에 들지 않았나, 근로계약서도 쓰고 차까지 받았는데 지각한 게 문제였을까, 마음가짐이 독해 보이지 않았나, 계단에서 내려오며 걸레질할 때 스텝이 꼬이는 걸 보았을까? 움직임이 너무 느렸지, 걸레질과 비질에 요령이 없었어. 이런 생각이 연이어 들자 머리가 복잡해지고 집안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겨우 이틀 일했고 사장은 초짜 신입이 걱정되어 전화했을 뿐, 다른 생각 말고 내일 더 잘하자 마음을 달리 먹었지만, 잠자리에서 한참 뒤척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사장이 다시 전화를 해왔다. 밤새 생각해 봤는데 일하는 모습이 불안해 보여 안 되겠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다리가 후들거려 위험해 보인다, 넘어져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그만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길지만 빠르게 꺼냈다.
면접을 볼 때 내 건강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건강하다"라고 답변한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단 걸 알았다.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과 통화하며 그분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부당해고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장은 차를 가져오면 택시비와 이틀 치 일당을 주겠다 했고 나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안 좋아 먼저 말하려던 참이었다고.
마흔이 넘도록... 글이 쓰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