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이영광
- 지난주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해 2+2회의를 했잖아요. 5년만인데 총평을 부탁드려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관계 재설정이라든가 또 북핵 문제 대응 문제에 대해서 한미 양국이 협의해야 되는데 그런 차원에서 상당히 성과를 거둔 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성과는 뭐라고 보세요?
"세 개 정도로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미국 입장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것이 중국 견제, 동맹 복원작업 등인데 이런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어요. 그런 행사로서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는 일정을 기획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죠.
특히 미국의 경우는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직후에 미중 고위급 회담을 열었어요. 미중 고위급 회담에 앞서 중국에 대해 기선 제압하는 의미가 있었다는 점이 미국 입장에서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요. 또 한국의 경우도 미국이 동맹 복원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프로젝트에 협조하는 선두그룹에 포함됐다는 데에 의미가 있어요.
두 번째로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을 바라는 상황인데 지금 미국이 대북 정책 재검토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죠.
세 번째로 한국과 미국이 서로 원하는 분야와 항목이 다른데도 원만하게 회담 일정이 진행됐어요.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한국의 외교적인 위상,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강대국 반열에 올라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어요.
과거 한미 관계에서 미국은 보호국가, 한국은 피보호국가 역할을 한 거죠.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가 견해차가 없다고 하는 주장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사실 한국과 미국은 국가 특성이 매우 다른 나라인데 어떻게 모든 분야에서 의견이 일치할 수가 있겠어요. 과거에는 의견이 일치할 수 없는데 견해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기 때문에 사실 공개석상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도 의미가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서도 표현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은 이제는 서로 대등한 관계로 올라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아시아 방문 일정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것 같아요.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긴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약화된 부분을 해결하는 거예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빠지면서 빈 공간이 생겼고, 그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미국이 지도력을 복원해야 된다는 게 미국 외교의 중심 목표예요.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중국과 마찰이 생기는 것이고 이미 트럼프 행정부 말기 중국과 충돌이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승계했죠.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동맹 협력체제를 부활시키고, 국제기구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국제 사회에 동맹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주는 첫 번째 행사로서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거죠."
-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 전 미국이 우리에게 쿼드 참여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어요. 이유는 뭘까요?
"미국은 한국에 쿼드 참여를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참여를 압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이죠. 그런 상황이 생기면 한미 관계가 극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압박했는데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대신 한미관계만 악화된다면 손실이죠. 압박을 수용할 거라는 전망이 있어야 되는데, 미국이 압박해도 한국은 쿼드에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압박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볼 때 모든 경우의 수가 손실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죠."
- 미국이 쿼드 참여를 제안하는 것도 불가능한가요?
"미국 처지에서 보면 쿼드 자체가 조직력이 연약한 상태입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국가 협의체잖아요. 이 쿼드라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라면 인도는 매우 불편하다는 입장이에요.
또 하나 문제가 있는데, 일본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무대가 바로 쿼드예요.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곳에 들어가는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불편하죠. 미국이 이런 것들을 알기 때문에 이 문제점이 해소돼야만 한국에게 들어오라고 할 거예요."
- 이번에 공동성명에는 북핵 언급이 없어요. 그런데 두 번의 기자회견, 공개석상에서는 북한 인권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이건 외교 형식의 차이가 좀 있는데요. 공동성명에 주체는 두 나라 모두예요. 근데 기자회견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을 표현하는 거예요. 그러니깐 미국 국무장관이 발언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이지 한미 공동의 입장은 아니에요. 그래서 공동성명은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동의하는 사안만 들어가는데, 북핵 문제에 대해선 이번에 한국과 미국이 입장 차이가 있었던 거예요.
예전에는 의견이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잖아요. 지금은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세련된 외교 기술로 표현하는 거죠.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면 공동성명에서는 빼는 거예요. 대신 기자회견에서 미국 입장을 국무장관이 얘기하는 거지요. 이것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걸 보여줘요. 매우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 2+2회의 전후로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 담화가 나왔습니다. 3년 전 봄날 오기 힘들 것이고,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어요.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이것을 한국의 능력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해석하던데, 위원님은요?
"큰 틀에서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그 문장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서울 방문을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북한의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심리적 압박으로 봅니다."
- 그럼 미국에 직접 이야기하면 되지 왜 한국에 이야기하는 걸까요?
"김여정 부부장 담화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비판 성명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서 담화의 한 90% 정도는 남쪽에 대해서 비판을 한 거고요. 마지막에 이참에 미국에도 한마디 해보겠다고 해서 한 거죠. 물론 미국에 직접 말하기가 불편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한국, 외교적으로 움직일 공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