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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꼭 투표" 서초구 아파트 구내방송, 선거법 위반?

일부 아파트 주민들 "2번 후보 찍으라는 것"... 서울시선관위 "사실 확인중"

등록 2021.04.09 18:37수정 2021.04.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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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 한강공원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번에 꼭 투표하셔서 A아파트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반드시 이번에 투표를 하셔서 우리 주민들의 뜻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지난 4월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우면동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구내방송으로 내보낸 내용이다. 서울시장으로 당선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기호 '2번'을 연상시키는 '이번에'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반복해 논란을 빚었다.  

일부 주민들은 방송 당일 "2번에 꼭 찍으라는 얘기냐"라며 항의했고,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도 바로 신고했다. 과연 "이번에 꼭 투표하라"는 말은 평범한 투표 참여 독려일까? 특정 후보 지지를 독려하는 선거 운동일까? 

서초구의원 "주민들 항의하자 '이번에' 빼고 방송... 고의성 다분"

지난 7일 주민 제보를 받고 그날 오후 서초구선관위에 신고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종숙 서초구의원은 9일 오전 "아파트 관리소장이 '2번에'가 아니라 '이번에'라는 의미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면서 "그날 주민들이 항의하니 '이번에'는 빼고 다시 방송했는데 다분히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현재 전화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A아파트는 1000여 세대가 입주한 대단지인 데다 선거 당일이어서 파급 효과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해당 방송을 들은 입주민들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선거 당일 A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입주민모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아파트 구내방송을 선거운동에 남용하지 말아주세요"라며 입주자대표회의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아무개씨는 9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방송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오늘 선거하는 날이니 투표하라는 말로 들었다"면서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별다른 의미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선관위와 서초구선관위가 각각 신고를 접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선관위는 9일 오전 "신고가 접수된 건 사실이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법원 "아파트 구내방송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법 위반"


일단 아파트 구내방송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금지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99조(구내방송 등에 의한 선거운동금지)는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선거기간 중 교통수단·건물 또는 시설안의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지난 2019년 4월 18일(2018고합106),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구내방송시설을 이용해 "당 아파트에 큰 도움을 주신 B시의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라고 방송한 것이 B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이라고 봤다.

문제는 해당 방송 내용이 오세훈 후보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에 해당하느냐다. 전주지법 판례와 달리 A아파트는 후보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고, '이번에'와 '2번에'도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오민웅(오민웅법률사무소) 변호사는 9일 "'이번에 투표하라'는 말이 '2번에 투표하라'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쓰일 수 있어 충분히 오해 소지가 있다"면서 "듣는 사람이 방송 내용을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라도 고의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TBS '#1합시다'-넷플릭스 광고에 문제 제기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유승수 변호사(왼쪽)와 정우창 미디어국 팀장이 김어준, 주진우 등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TBS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명 달성을 위한 '#1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보궐 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중단했다. 2021.1.5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유승수 변호사(왼쪽)와 정우창 미디어국 팀장이 김어준, 주진우 등 TBS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TBS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명 달성을 위한 '#1합시다'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보궐 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중단했다. 2021.1.5연합뉴스
 
앞서 국민의힘도 지난 1월 TBS(교통방송) 진행자들이 지난해(2020년) 11월부터 진행한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달성 캠페인 '#1합시다'가 '기호 1번(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당시 "기호가 1번인 정당을 연상시키며 홍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도 "TBS에서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중지한 점, 현 시점에서는 해당 캠페인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또 넷플릭스도 지난 3월 서울 시내버스에 게재한 드라마 광고 문구 가운데 하나인 "민주야 좋아해"가 더불어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국민의힘 항의를 받고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아파트구내방송 #선관위 #선거법위반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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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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