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의 병행?
언스플래쉬
나는 초등학교 아이를 키우는 프리랜서다. 아이를 낳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긴 터널의 육아 집중기를 지나 이제는 좀 살 만해졌다. 가끔 누가 나에게 "아이가 하나야? 애가 크면 외로울 텐데 이제라도 더 낳지?"라고 오지랖을 떨면 그냥 웃어넘기기가 힘들다. "그럴까?"하고 너스레를 떨며 받아치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눈을 흘기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힘들지만 키우는 것은 그보다 몇 십 배는 더 힘들다. 내 삶이 통째로 들어가는 일이다. 엄마와 아빠와 삼촌과 이모,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네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나눠 들어가면 좋으련만, 내 아이의 육아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릴 참인데, 어떻게 그 터널을 다시 지난단 말인가.
특히나 지금 난 정규직이 아니라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는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일이 생긴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경력이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지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각이 열리고 편협한 내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내 이력서는 빈 공백으로 남는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며 아이를 재우며 밀려오는 헛헛함에 틈틈이 영어 단어를 외우고 중국어 회화를 듣던 기억이 난다. 과연 내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급함이 밀려왔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프리랜서?
여성가족부가 4월 27일 '제4차 건강가족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2025년이 되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프리랜서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프리랜서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다니,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기사를 보는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프리랜서 앞에 붙은 수식어 때문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이란 수식어. 대부분의 프리랜서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하는데 난 걱정이 앞선다. 현재 고용보험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매달 보수의 일정액을 보험료로 납부한다. 프리랜서가 고용보험을 들게 되면, 사업주의 부담금도 늘어날 것이다.
순간, 강사법이 생각났다.
몇 년 전 일이다. 박사 과정을 밟으며 시간강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혹시 자기에게 줄 일이 없냐는 전화가 왔다. 아니, 내 코가 석 자인데 나에게 일을 찾다니. 무슨 일인지 물으니 강사법이라는 게 생겨 강의 자리가 없어졌다고 했다.
대학이 시간강사의 4대 보험을 보장해주어야 하고 한 번 고용한 강사는 쉽게 해고할 수 없게 되면서 시간강사에게 줬던 강의를 전임교수에게 주는 것이다. 시간강사를 위한 법이 시간강사에게 득이 아니라 해가 되다니. 그때 처음으로 법이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없으니만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과연 정부가 고용보험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방법이 모든 프리랜서의 일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나의 우려와 다르게 정부가 고용보험을 잘 확대해서 대부분의 프리랜서가 육아휴직급여 대상이 된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환영할 만한 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자신의 경력이 무기인 프리랜서가 과연 얼마나 이 정책의 도움을 받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중에는 어떤 소득도 발생하면 안 될 텐데 육아휴직 중에 일이 들어온다면 누구라도 짬을 내어 일하고 싶지 않을까.
돈을 더 준다고 아이를 낳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