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산골의 흙집 '박도글방'
박도
자연과 일, 그리고 가난
그 첫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나는 그 말씀 탓으로 교직에서 조기 퇴직하여 강원도 안흥 산골에서 반거들충이 농사꾼으로 살다가 이즈음은 치악산 밑에서 글쟁이로 사나보다.
그 둘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일을 해야 살 수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사람은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아무튼 그 말씀 탓인지 나는 소년 시절부터 오늘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이즈음도 하루 여러 시간 자판을 두들기거나 글감을 위해 책을 뒤적이고 있다. 내 건강이 허용되는 한 아마도 내 일감은 끊임이 없을 것이다.
그 셋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사람답게 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것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반드시 망한다. 사람이 게을러지고, 창조력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도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 버린다. 그러니 사람이 망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반드시 불편하게, 곧 가난하게 살아가야 한다."
아무튼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평생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좁은 집과 아파트에서 내 글방도 없이 살다가 강원도 산골로 내려온 뒤부터 비로소 '박도글방'을 마련하여 나만의 공간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 산골에 내려와서 준 농민으로 합법적 땅을 마음대로 살 수 있었으나 단 한 평도 사지 않았고 집도 거저 빌려 수리해서 산 뒤 웃돈 한 푼 받지 않고 그대로 전 주인에게 물려주었다.
심지어 전직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차명으로 땅을 사달라고, 이웃 농민조차도 글 쓰는 일보다 땅 사두거나 부동산 거간하는 게 훨씬 돈을 버는 일이라고 여러 날 꼬였다. 하지만 그 꾐에 넘어가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땅을 가지면 가진 자의 처지에서 사물을 보고 글을 쓰게 된다고 초지일관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