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이 내게 남긴 세 가지 가르침

[박도의 치악산 일기] 제7화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을 기리며

등록 2021.04.30 16:41수정 2021.04.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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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님박도

사람은 저마다 제 잘난 맛에 산다


세상 사람은 저마다 제 잘난 맛에 산다. 이는 자존심으로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떤 사람의 현재가 있기까지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무지몽매한 그를 가르쳐주신 스승이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내가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주신 여러 스승님이 있었다. 또 스승님은 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사회에서 만난 많은 분도 있었다.

내 삶에 크나큰 영향을 주신 스승님 가운데 그 첫 번째 스승님을 꼽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늘그막에 만난 이오덕 선생님을 말하겠다. 나는 1990년 초반 마흔이 넘은 나이에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때 민족작가회의(현, 작가회의)에서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을 '만남의 날'이라 하여 아현동에 있었던 사무실에 아주 조촐한 다과를 마련, 회원 상호 친목과 소통을 꾀했다.

나는 그 모임에서 이오덕 선생님을 뵌 이후 그 어른이 돌아가실 때까지 과천주공아파트로, 충주 근교 무너미마을의 '이오덕 글방'까지 무시로 드나들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때 스승님의 가르침을 크게 요약하면 세 가지다. 그 첫째는 자연과 더불어 살라, 그 둘째는 일을 하라, 그 셋째는 가난하게 살라는 말씀이었다.
  
 안흥산골의 흙집 '박도글방'
안흥산골의 흙집 '박도글방'박도
 
자연과 일, 그리고 가난

그 첫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나는 그 말씀 탓으로 교직에서 조기 퇴직하여 강원도 안흥 산골에서 반거들충이 농사꾼으로 살다가 이즈음은 치악산 밑에서 글쟁이로 사나보다.


그 둘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일을 해야 살 수 있고, 일을 해야 사람이 된다. 사람은 일을 해야 사람다운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일을 해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되고 사람다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세상의 모든 이치도 일하는 가운데서 깨치고 찾아낸 것이 가장 올바르고 확실한 앎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일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다."

아무튼 그 말씀 탓인지 나는 소년 시절부터 오늘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이즈음도 하루 여러 시간 자판을 두들기거나 글감을 위해 책을 뒤적이고 있다. 내 건강이 허용되는 한 아마도 내 일감은 끊임이 없을 것이다.


그 셋째 가르침은 이렇다.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야 사람답게 된다. 가난해야 물건을 귀하게 쓰고, 가난해야 사람다운 정을 가지게 되고, 그 정을 주고받게 된다. 먹고 입고 쓰는 것 모든 것이 넉넉해서 흥청망청 쓰기만 하면 자기밖에 모르고, 반드시 망한다. 사람이 게을러지고, 창조력이고 슬기고 생겨날 수도 없다. 무엇이든지 풍족해서 편리하게 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고, 무엇보다도 자연이 다 죽어 버린다. 그러니 사람이 망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반드시 불편하게, 곧 가난하게 살아가야 한다."

아무튼 나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평생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좁은 집과 아파트에서 내 글방도 없이 살다가 강원도 산골로 내려온 뒤부터 비로소 '박도글방'을 마련하여 나만의 공간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 산골에 내려와서 준 농민으로 합법적 땅을 마음대로 살 수 있었으나 단 한 평도 사지 않았고 집도 거저 빌려 수리해서 산 뒤 웃돈 한 푼 받지 않고 그대로 전 주인에게 물려주었다.

심지어 전직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차명으로 땅을 사달라고, 이웃 농민조차도 글 쓰는 일보다 땅 사두거나 부동산 거간하는 게 훨씬 돈을 버는 일이라고 여러 날 꼬였다. 하지만 그 꾐에 넘어가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땅을 가지면 가진 자의 처지에서 사물을 보고 글을 쓰게 된다고 초지일관 살아왔다.
  
 내가 묻힐 수목장 전나무. 오대산 지장암 옆 전나무 뿌리에 조상의 유해를 모신 뒤 내 유해도 같이 묻어주기를 가족에게 유언하다(오른쪽부터 아내, 필자, 아들, 수목장관리인).
내가 묻힐 수목장 전나무. 오대산 지장암 옆 전나무 뿌리에 조상의 유해를 모신 뒤 내 유해도 같이 묻어주기를 가족에게 유언하다(오른쪽부터 아내, 필자, 아들, 수목장관리인).박도
 
하늘의 뜻

아내는 그 점에서 나보다 앞선 신념의 사람이었기에 미안한 감이 적지만 이즈음 딸 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많다. 내 사후도 미리 한 줌 재로 화장한 뒤 수목장 하라고 장소도 나무도 일러 뒀다. 나는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空手來空手去) 하늘의 뜻을 실천할 것이다.

이즈음 따라 이오덕 스승님이 몸소 가르쳐주신 높으신 가르침에 더욱 깊이 감사드린다. 사실 나는 애초 겉멋이 들어 글을 고상하게 쓴다고 어려운 낱말이나 외국어를 남용하는 글쟁이였는데 그 스승님 덕분으로 가능한 쉬운 우리말로 쉽게 쓴 탓으로 이즈음에는 어린이 책도 쓰고 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 가서도 스승님을 꼭 뵙고 그 나라에서도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이오덕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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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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