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의 2번째 소설집 <소비노동조합>.
아시아
문장 사이에 수수께끼 같은 암호를 숨겨놓는 작가
<와룡빌딩>은 <소비노동조합>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본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건물을 가진 임대인 또한 거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선 약자(?)가 될 수도 있다는 작가의 인식이 유머 섞인 설정을 통해 보여진다. 웃음 속에 진지함을 담아내는 재능이 만만찮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세상과 삶의 암호를 숨겨놓는 김강의 소설 쓰기는 수록작들에서 다른 내용과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옛날 옛적에>엔 인간의 품성과 부끄러움이란 암호가, <일어나>에는 잊고 살았던 젊은 날의 열정이, <사자들>엔 위선과 오해란 암호가 꼭꼭 숨겨져 있다. 그것들을 찾아내는 게 김강 소설을 읽는 최고의 재미가 될 것이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게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소비노동조합>의 수록작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건 <그날 비가 왔다>였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불우한 소년과 그를 거둔 체육관 관장, 그리고 체육관에서 기르는 개, 광기와 불행한 사건을 부르는 비…
별반 큰 연관성을 지니지 않은 듯 느껴지는 몇 개의 키워드를 통해 '폭력'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는 김강의 글쓰기는 재론의 여지없이 매력적이었다.
김강은 이제 막 세상과 독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 소설가다. 그의 과거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지만, 미래는 섣불리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상의 암호'를 풀어가려는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는 한, 그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책은 그 믿음을 보다 강하게 만들어줬다.
2번째 책을 펴내며 "나의 언어를 건넬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 김강의 다음 책은 어떤 암호를 함께 풀어보자고 독자들을 유혹할까? 벌써 궁금하다.
소비노동조합
김강 (지은이),
도서출판 아시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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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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