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통발에 잡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죽어 반쯤 썩은 물살이의 모습.
시셰퍼드코리아
참치잡이에 주로 쓰이는 어업방식 중 하나인 연승어업은 많은 환경단체가 꼽는 환경 파괴적인 어업으로,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연승어업에서 사용되는 낚싯줄(연승)은 길이가 최대 170km에 이른다. 원양어선은 매일 지구 전체를 500바퀴 감쌀 수 있는 연승을 설치한다.
그 외에도 저인망어업(Trawling)은 2~10km 정도의 길이의 그물로 해저층을 쓸면서 다양한 종류의 어류와 바다에 서식하는 패류의 서식지까지 훼손한다. 또한 분별없이 버려지는 통발은 연근해에서 끝없이 '유령어업'을 반복한다.
이처럼 어업이 생산하는 쓰레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나, 이를 처리하는 엄격한 규제와 제도가 미흡한 실정이다. 버리는 것이 제대로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폐어구는 무분별하게 바다로 버려진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감당하는 것은 이를 생산한 장본인인 인간이 아닌 바다와 해양생물들이다.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해양보호생물종인 상괭이 25마리, 푸른바다거북이 11마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망 원인 대부분이 폐어구에 의한 질식사다. 또한 세계동물복지기금이 주도한 연구에 의하면 16년간 대서양 고래 사망원인의 절반이 폐어구 때문으로 나타났고, 미국 국립자원방어위원회(NRDC)는 매년 해양 포유류 65만 마리가 어구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도 폐어구 문제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사용 후 방치되는 폐어구는 연간 4만 4천 톤에 달한다. 45인승 버스 275대 만큼의 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적정사용량을 훨씬 초과하는 어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안강망, 낭장망의 경우 적정사용량(600톤)의 5배에 달하는 양(2만 9000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의 절반이 어업활동에서 이용된 폐어구인 것으로 드러났고, 제주도 바다에 방치되어 있는 통발어구만 해도 약 7000여 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거율은 4분의 1 수준인 1만 1천 톤에 불과하여 방치 폐어구에 따른 피해액은 연간 3천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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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방치된 폐어구를 수거하는 시셰퍼드 코리아 다이빙팀 ⓒ 시셰퍼드코리아
버려진 폐어구들은 해양동물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폐어구들은 시간이 지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져 어패류에 축적되고, 이를 섭취하는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게다가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비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기에 담수와 토양에서도 발견된다. 즉 어패류를 먹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폐어망과 로프가 선박의 엔진에 감기면서 발생하는 해양사고가 연간 약 2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4월 26일 독도 해상에 좌초된 요트도 폐그물과 로프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폐어구는 바닷속에 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금 당신의 식탁 위에 수천 킬로미터의 그물이 걸려 있는 것을 이제는 바라봐야 한다.
멸종위기종을 잡는 대규모 상업어업과 원양어업 어류 소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일상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행동이다. 또 바다가 쓰레기만으로 가득차기 전에 조업금지구역과 해양보호구역을 늘려야 한다. 이제는 지금까지 파괴해왔던 바다를 복구하는 데에 힘을 써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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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식탁 위에 수천 킬로미터 폐그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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