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조리기구와 바닥을 소독할 때는 주방용 액체 락스 2리터를 뜨거운 물과 섞어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김아무개씨 제공
오전 7시 10분, 김씨가 급식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독이다. 솥과 김치통,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할 그릇 등을 소독한다. 락스와 물을 섞어 담아놨다가 헹구는 걸 2~3차례 반복하면 오전 8시 30분 경이다. 이어 학교 영양사가 와서 음식 재료를 확인하면 조리를 시작한다. 매일 국과 밥 외에도 반찬 3가지, 과일 1개를 준비해야 한다. 일주일에 2~3번은 볶음요리를 하고 한 달에 수 차례 튀김요리를 준비한다.
김씨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2010년에는 4명의 조리실무사가 300명의 끼니를 만들었다. 이후 학생수가 줄어 선생님을 포함한 급식인원이 300명이 되지 않자 조리실무사는 3명으로 줄었다. 앞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아래 학비노조)은 지난 4월 '전국 대부분의 급식실에서 조리사 1명이 100명분 이상의 식사를 담당한다'라고 밝혔다.
"쇠 냄새라고 해야 할까요. 탄내가 심한데, 목에 그 냄새가 내내 남아 있어요. 그런데도 조리실 환기가 잘 안 돼요. 창문이 있긴 한데, 다 열리지 않거든요. 천장에 환기시설을 설치해서 창문을 가리고 있어요. 그런데 그 환기시설도 영 시원치 않고... 튀김요리를 하면 급식실 복도에서부터 튀기는 걸 알 정도로 냄새가 심하니까요. 그런데도 제가 10년 일하면서 급식실 환기 시스템을 점검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교내 영양사가 준비한 식단에서 튀김·볶음·구이 요리는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였다. 모두 가열이 필요한 음식이었다. 김씨는 "이런 튀김류는 환기가 중요한데, 환기 여부를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음식을 만들었다"면서 "폐암판정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생각났던 게 튀김 요리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구이 같은 요리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 230도 이상 고온 상태에서 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할 때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배출되는 물질)이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의 급식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4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에 따르면, 울산 지역 24개 학교 급식실을 조사한 결과 튀김이나 전 등의 조리과정에서 검출된 일산화탄소는 최대 295ppm이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사무실 내 공기 질 관리 기준(10ppm)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울산 지역 24개 학교 급식실 이산화탄소는 기계측정 한계치인 8888ppm을 넘어서 정확한 측정조차 불가능했다. 8888ppm은 기준치(1000ppm 이하)의 9배에 달한다.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이 2019년 조리실 내의 작업환경을 평가한 결과 튀김·볶음 등을 조리할 때 각종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대기오염물질(입자상 물질·PM)이 노출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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