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카 언론매체담당 일꾼들. 2000년 촬영.
김주현
얼마되지 않아 그분들이 남겨 준 책상과 서명판을 가지고 학생회관 앞에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전동 휠체어를 탄 동기가 고무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붙잡고 다녔으나 바삐 가는 사람들을 쉬이 잡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 많은 중앙도서관까지 다 들리도록 소리만 빽빽 지르고 있었다.
갑자기 수십 명의 여성이 책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양쪽 손 가득히 김밥과 생수를 안겨주고는 서명지와 요구안을 들고 갔다. 한 두 시간 뒤에는 더 많은 여성이 몰려 왔는데 온몸에 요구안을 손으로 적은 긴 플랭 카드를 잔뜩 들고 와 우리 앞뒤 가로수에 잔뜩 걸어 주고는 서명지도 잔뜩 복사해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 현수막 아래에는 온통 총여학생회라고 적혀 있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총여학생회에서 짐을 두고 정리하라고 초대받아 올라갔다. 어안이 벙벙해서 물어봤었다. "우리를 왜...?" 그중에 한 분이 조용히 이야기했다.
"너의 문제는 나의 문제, 너의 차별은 나의 차별,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장애인 인권운동 동아리 '게르니카'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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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농성하고 싶어요" 말한 뒤 벌어진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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