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잡아주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베푸는 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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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 주인공 해리 하트의 명대사다. '매너'는 라틴어 '마누아리우스(manuarius)'에서 유래됐다. 'Manuarius'는 'Manus(Hand, 손)'와 'Arius(Behavior, 행동)'의 복합어다. 즉, 매너는 '손'을 사용해 '행동'하는 것이다.
'손'으로 수고해서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매너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미국 생활에서 타인의 '배려하는 손'으로 자그마한 행복을 느낄 때가 있었다. 교차로에서 먼저 지나가라고 양보하는 손, 아침 조깅 때 반갑다고 흔드는 손 등등이 생각난다.
그 중 빈번하게 행복을 줬던 매너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도어홀더(Door Holder)'다. 문을 열고 지나갈 때 뒤를 돌아본다. 사람이 따라오면 문을 잡고 기다린다. 문에서 손을 놔 뒷사람이 문에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사람을 도어홀더라고 한다.
뒷사람은 웃는 얼굴로 '땡큐(Thank you)'로 화답한다. 문을 잡아주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베푸는 친절이다.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빈번하게 이뤄지는 배려다. 작은 행복은 전염된다. 서로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한 번 더 웃게 된다.
솔직히 나는 미국 오기 전까지 도어홀더가 아니었다. 건물의 문을 밀고 열 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한 번은 앞 사람이 확 닫은 문 때문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어홀더다. 늦은 나이에 배운 작은 매너다.
어렸을 때부터 체화하는 매너
가끔 두 아들은 미국 초등학교 생활을 얘기해주곤 한다.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반장은 따로 없고 각 학생은 여러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역할마다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해야 하는 자신만의 임무가 있다.
△반에 있는 모든 연필을 깎는 친구(Pencil Sharpener) △유인물을 배포하는 친구(Paper Passer) △수업 후 화이트보드를 지우는 친구(Board Cleaner) 등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역할이 두 개 있다고 했다. 바로 라인리더(Line Leader)와 도어홀더(Door Holder)다.
라인리더는 반 친구들이 줄을 섰을 때 맨 앞에 서는 학생을 말한다. 이동할 때마다 라인리더가 항상 앞장서 친구들을 인도한다. 라인리더는 반 친구들을 이끌면서 리더로서 자부심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줄을 설 때 라인리더 바로 뒤에 있는 친구가 바로 도어홀더다. 반 친구들이 일렬로 줄을 서 이동할 때, 마지막 친구가 문을 통과하는 것까지 확인하며 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을 지나가는 모든 친구가 도어홀더에게 '고맙다(Thank you)'라고 인사하는데 이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그마한 손으로 베푸는 친절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배우는 예의범절보다 효과적이다. 매너 있는 행동을 하며 느끼는 자부심과 보람을 마음 속에 각인 시켜 준다.
때론 지나친 친절이 불편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