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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팔이'에 웃고 있는 자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기승전조국의 본질

등록 2021.05.27 18:50수정 2021.05.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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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단국대 교수가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민 단국대 교수가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조국 사태에서 조국씨를 옹호하는 그런 분은 가짜 진보라는 거죠?
-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26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김오수 인사청문회가 맞나. 2년 전 조국 인사청문회로 돌아간 건가. 그러고 싶었던 것 같다. 애초 국민의힘은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했다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참고인 중 1명이었던 일명 '조국 흑서'의 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기생충학과 교수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나온 이유를 이날 서 교수의 입이 자백하고 있었다.
 
(가짜 진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국 그 분의 의혹이 재판 결과도 나왔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도 굉장히 많은데, 그것만 봐도 법 위반을 떠나서 도덕적으로만 봐도 그 분을 응원하는 건 진보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서민 교수를 소환한 이유가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은 물론 그의 지지자들은 모두 진보도 아니고 위선자일 뿐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교수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인 그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소환한 것이다. 동아일보 출신인 조 의원은 이어 "(조 전 장관을) 가짜 진보, 위선이다. 이렇게 봐야겠네요"라면서 이번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서 교수는 역시나 보수야당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
 
- 조수진 "노사모 출신이신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가 크겠네요?"
- 서민 "참여정부 당시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란 말이 국민 유행어가 됐었는데, 지금은 감히 문재인 대통령 존함을 올리기도 힘든 그런 시대인 거 같습니다."

어떤 목적에서든 최근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고 나선 국민의힘. 조 의원과 서 교수가 합작해 낸 것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진짜 진보라고 상정하고 그와의 비교를 통해 어떻게든 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조 전 장관을 가짜 진보로 낙인찍는 일이었다. 서민 교수는 순전히 이를 위해 소환된 것이었다.

조국 팔이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강제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조국 팔이'가 일상 풍경이 되면서 본질은 실종되고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만 남았다. 검찰주의자를 자처하며 검찰 정치를 최초로 실현한 윤석열 전 총장의 업적이었다.

시간은 언론과 보수 야권을 등에 업은 검찰 편이다. 3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지난한 재판 과정을 일일이 따라잡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러는 사이 제 이익을 위해 조국 팔이에 전념한 이들은 조국 일가족을 '국민 욕 받이'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짜 진보, 위선, 불공정과 같은 사회적 낙인의 결과, 서 교수가 언급한 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여야 지지자 모두에서 나타난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에 가까운 원인론적 이해까지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조국 사태를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딱 그랬다.

핵심은 그 조국 팔이가 문재인 정부 전후를 나눌 만큼 성공적이었다는데 있다. 최근 채널A가 입수한 민주당이 내놓은 '4.7 재보궐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소위 조국 정국이던 2019년 8월 이후 민주당을 연상하는 이미지로 '내로남불'과 '무능'을 언급했고, 그 요인 중 하나로 '조국 옹호'를 꼽았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8일 오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의 첫 공판에 출석해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0.5.8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8일 오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의 첫 공판에 출석해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20.5.8권우성
 
지난 5일 <한겨레> 백기철 편집인은 '그 반성문이 어색했던 이유'라는 칼럼에서 결자해지라며 조 전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지극히 이례적인 풍경이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다시 한번 사과한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며 2019년 세 차례에 걸친 공개 사과문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도 했다.


기승전 조국, 기승전 대통령
 
1년 3개월 동안 수사가 부진하다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불구속 기소를 끝으로 수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임종석 비서실장 또 조국 당시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해서 검찰은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러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여기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역시 불기소 처분이 됐습니다. 이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 4월 19일 항고장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당시 수사팀 좌천이 있었고요. 또 이성윤 중앙지검장 늑장 결재 등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가 있었습니다. 후보자는 이 수사, 국민들의 의혹 없이 성역 없는 수사 제대로 했다, 이렇게 평가하십니까?
-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26일, 김오수 인사청문회 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조사 촉구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란 방증과도 같은 채근이 아닐 수 없었다. 검찰 기소가, 공소사실이 전부 진실인 것은 아니다.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에서, 억울한 재심 사건에서, 검찰의 얼토당토않은 정치적 기소를, 무리한 기소를 국민들은 목도하고 경험해 왔다.

또 김학의 사건과 '96만 원 검사' 불기소에서 보듯 선택적 기소와 선택적 불기소가 어마어마한 검찰권이란 사실을, 이를 남용하는 것을 바로 잡고 민생과도 직결시키려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요체라는 사실을 체득해 왔다. 하지만 울산 사건처럼 친검찰 언론을 등에 업은 검찰과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청와대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혈안인 듯하다. 그 연결 고리가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전 장관인 셈이고.


이와 관련 경찰 하명 수사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이른바 '울산 사건'에 대한 지금까지의 검찰 태도를 종합해보면 검찰의 전략은 '시간 끌기'와 '언론플레이'로 보입니다. 사건의 실체나 유무죄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라고 검찰 수사와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황 의원은 검찰의 기소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게 된 지 1년 4개월이 넘었다고 했다.

공모자들

최근 또 다시 조국 전 장관을 공소장에 명시한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 역시 검찰 언론플레이의 일환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울산 사건 기소 당시 한 일간지가 대통령을 수 차례 언급한 공소장 전체를 공개했던 전력을 떠올려 보시길.

이성윤 서울지검장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다급하게 이뤄졌다는 이번 공소장 유출 역시 언론 플레이의 일환으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보인다. 무엇보다 김학의 사건의 본질은 무시한 채 그 공소장에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물론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적시한 것 또한 울산 사건의 재탕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기생충 학자를 법무부 장관 청문회 참고인으로 소환한 26일 청문회로 돌아와 보자. 블루펀드 등 조목조목 조국 일가족 수사의 실제 혐의나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묻는 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질문에 서 교수는 "제가 디테일에 약하다"며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투자는 엄청난 잘못'이라거나 '입시 비리 혐의는 명백하다'와 같은 얘기만 늘어놨다. 성공한 조국 팔이의 본질이 여기 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과정이나 재산 형성 과정에서 일부 부도덕한 면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는 조범동 1심 재판 결과는 묻혔고, 윤 전 총장이 "책임지고 수사하겠다"던 사모펀드 의혹만 2년 가까이 진실인 양 떠돈다.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2심에서 이어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진실공방이나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증언의 신빙성 여부나 보수야당과의 유착 의혹은 철저하게 외면 받는 중이다. 

원인과 결과는 무시되고 기억에서 멀어진 채 '조국과 문재인 정부는 가짜 진보, 위선자'란 프레임과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나 '조국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비리 의혹'만이 두둥실 떠다닌다. 

조국 팔이에 '올인'한 검찰과 보수야당, 친검찰 언론의 삼위일체 작동방식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조국 팔이의 공모자들은 그렇게 웃고 있다. 
#조국 #문재인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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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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