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단국대 교수가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국 사태에서 조국씨를 옹호하는 그런 분은 가짜 진보라는 거죠?
-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26일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김오수 인사청문회가 맞나. 2년 전 조국 인사청문회로 돌아간 건가. 그러고 싶었던 것 같다. 애초 국민의힘은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했다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참고인 중 1명이었던 일명 '조국 흑서'의 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기생충학과 교수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나온 이유를 이날 서 교수의 입이 자백하고 있었다.
(가짜 진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국 그 분의 의혹이 재판 결과도 나왔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도 굉장히 많은데, 그것만 봐도 법 위반을 떠나서 도덕적으로만 봐도 그 분을 응원하는 건 진보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서민 교수를 소환한 이유가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은 물론 그의 지지자들은 모두 진보도 아니고 위선자일 뿐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교수이자 '정치 칼럼니스트'인 그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소환한 것이다. 동아일보 출신인 조 의원은 이어 "(조 전 장관을) 가짜 진보, 위선이다. 이렇게 봐야겠네요"라면서 이번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서 교수는 역시나 보수야당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
- 조수진 "노사모 출신이신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가 크겠네요?"
- 서민 "참여정부 당시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란 말이 국민 유행어가 됐었는데, 지금은 감히 문재인 대통령 존함을 올리기도 힘든 그런 시대인 거 같습니다."
어떤 목적에서든 최근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고 나선 국민의힘. 조 의원과 서 교수가 합작해 낸 것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진짜 진보라고 상정하고 그와의 비교를 통해 어떻게든 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조 전 장관을 가짜 진보로 낙인찍는 일이었다. 서민 교수는 순전히 이를 위해 소환된 것이었다.
조국 팔이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족 강제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조국 팔이'가 일상 풍경이 되면서 본질은 실종되고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만 남았다. 검찰주의자를 자처하며 검찰 정치를 최초로 실현한 윤석열 전 총장의 업적이었다.
시간은 언론과 보수 야권을 등에 업은 검찰 편이다. 3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지난한 재판 과정을 일일이 따라잡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러는 사이 제 이익을 위해 조국 팔이에 전념한 이들은 조국 일가족을 '국민 욕 받이'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가짜 진보, 위선, 불공정과 같은 사회적 낙인의 결과, 서 교수가 언급한 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여야 지지자 모두에서 나타난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에 가까운 원인론적 이해까지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조국 사태를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딱 그랬다.
핵심은 그 조국 팔이가 문재인 정부 전후를 나눌 만큼 성공적이었다는데 있다. 최근 채널A가 입수한 민주당이 내놓은 '4.7 재보궐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한 결과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소위 조국 정국이던 2019년 8월 이후 민주당을 연상하는 이미지로 '내로남불'과 '무능'을 언급했고, 그 요인 중 하나로 '조국 옹호'를 꼽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