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뉴스의 수어 통역사 모습.
BBC
수어 통역, 농인의 '편의' 위한 '서비스'?
혹자는 자막을 제공하면 되는 것을 왜 수어 통역까지 하느냐고 묻지만, 사실 한글 자막과 수어 통역은 다르다. 수어는 단어 번역이 아닌 의미 설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합하다'라는 단어의 수어 표현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한다'라는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어로 구성된 자막과 수어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국수화언어법' 제1조에는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는 별개의 공용어라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농인에게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한국수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세대학교 남기현 교수도 농인은 한국어 자막만으로 뉴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짧은 자막으로는 뉴스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없을뿐더러, 전체 자막이 제공된다고 해도 그 내용이 깊이 있게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에게 한글 자막은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뉴스는 정보 제공이라는 확실한 성격을 띤다. 신속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뉴스라면, 모든 시청자의 정보 접근권 보장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6조 제2항에는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동조 제3항에 따르면, 방송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신장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
뉴스에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농인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다. 방송, 특히 뉴스에 대한 접근권 보장은 '편의'가 아니라 '권리'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