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시화엽서 첫 작품발대식 후 제공된 엽서에 시를 필사하고 그림을 그린 작품들
박향숙
올해 군산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군산의 주요동네에 거점캠프를 만들어서 상담가를 배치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의 상담가로 추천 의뢰가 왔었다. 학생들과 함께 한 10여 년의 봉사활동 이외에 기관의 행정업무, 사업계획서 작성 등의 일에 관심이 생겼다.
다행히도 내 생계 터인 학원과 시간이 겹치지 않는 오전에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상담가로 신청했다. 4월 말 나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함이 왔다. '우리동네 자원봉사 거점캠프 상담가 박향숙'. 이 일에 대한 보수는 없다. 단, 주 2회 출근에 점심값이 있고, 1개의 사업안을 추진할 때 20만 원까지 지원금이 있다.
'군산에 돌아와서 15년째 살고있는 내 동네, 나운동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길문고가 나운동에 있고, 그곳에서 처음 에세이 수업을 받고 책도 출간했다. 또 한길문고에서 봉사활동으로 초등학생과 함께하는 독후활동 '스토리텔링'을 5년째 하고 있어서 그들의 공통점을 찾으니 답이 쉽게 나왔다.
'시나 명언, 사자성어 등의 글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을 써서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 손글씨가 사라진 요즘, 직접 필사한 아름다운 글을 선물하면 그냥 버리진 않겠지. 우리동네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를 받고 읽어본다면, 시심(詩心)이 저절로 생길 거야. 누구나 시인을 꿈꾸고 작가를 꿈꾸는 세상. 얼마나 행복한 세상인가.'
사람들은 나를 두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보는 실천력이 '갑'이라고 한다. 에세이팀원을 중심으로 독서모임을 만들면서, 모임의 목적 두 가지를 전했다. 첫째, 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 둘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 독서모임의 이름 역시 회원들이 정해준 '책방향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활동으로 5월 한 달 동안 '시 필사'를 제안했다. 함께한 8명은 대부분 작년에 한길문고에서 독립출간을 한 지역작가들이었다.
5월 3주차, 드디어 거점캠프의 상담가로서 구상하고 있던 기획안을 독서동아리 '책방향기'에게 말했다. 이 봉사활동의 목적과 취지, 예상되는 과정과 결과 그리고 무엇보다 활동으로 얻어지는 우리들의 문화적 자산가치와 지역공동체로서의 행복한 삶을 언급했다. 1차 수혜대상으로는 무료급식센터에서 도시락을 받아가는 사람들 300여 명이라고 말했다.
무료급식봉사시 도시락을 싸줄 때마다, 예쁜 글귀 하나를 같이 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매일 밥과 빵으로만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밥을 먹고 나면 커피와 때론 함께 얘기 나눌 동행자가 생각나지 않던가. 그들과 얘기할 때, 남겨두고 싶은 글 한 줄, 가슴을 울리던 시 한 구절을 말하면 얼마나 더 좋았던가. 도시락을 받아가는 그들에게 맛있는 시도 있고 명언도 있으니 함께 드시자고 하고 싶었다.
'활동은 6월부터 10월까지, 월 2회 필사시화엽서 나눔, 봉자자수 최소 30명, 1회당 최소 300여명의 급식수혜자에게 시화엽서를 선물합니다'라고 봉사자 모집 시작을 알렸다.
주력부대인 독서동아리 '책방향기'팀의 협조로 단 며칠 만에 50명이 되었다. 학생봉사자가 10명이 넘었고, 봉사시간 없어도 된다고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타 지역 사람들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 가장 멋진 비대면 봉사활동'이라고 한 나의 예측이 맞았다. 부지런히 봉사활동단을 조직하고 이를 군산시 자원봉사동아리로 등록했다. 이 동아리의 이름은 '민들레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