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써있는 도시락이라고?필사시화엽서를 붙인 도시락 위 글을 읽으며 너무 좋다라고 연발하는 봉사자들
박향숙
먼저, 도시락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에게 오늘의 활동을 전하니, 서로 엽서를 구경하러 왔다. 엽서에 쓰여진 글씨가 인쇄한 것인 줄 알았다가, 직접 쓴 손글씨인 것을 보고 모두 감동의 멘트를 날렸다. 어떤 분은 '무료급식소의 품격이 높아지네'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이것을 다 손을 썼어요? 그림도 다 직접 그렸네. 우리가 시를 읽어본 적이 언제여?"
"네. 직접 쓰고 그렸어요. 초등학생 봉사자부터 성인까지 좋은 글과 시를 필사했어요."
"세상에나. 글씨가 이쁘기도 하네. 정성이 가득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으까나."
"그냥, 제가 혼자서 시를 읽고 필사하는 것이 아까워서, 여기 계신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 봉사자들이 아니면 혼자 못하고요, 막상 엽서를 모아보니 천상의 그림 같아요."
도시락 준비가 시작되어, 함께한 필사봉사자(박효영님, 장승정님)는 도시락 고무줄 위로 엽서를 한 장을 끼워 넣었다. 오늘 준비된 도시락은 220여 개였는데, 필사엽서가 끼워진 도시락은 이전의 도시락과 달랐다. 너도나도 도시락 위에 있는 엽서의 글을 읽고 감탄하는 소리가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도시락 배부 전에 봉사자 이모들에게 먼저 엽서를 드렸다. 눈을 감고 하나씩 뽑도록 하면서, 받으시는 글은 그 어떤 글이라도 오늘의 최고 선물이라고 말씀드렸다. 어떤 분은 정호승 시인의 <봄길>, 어떤 분은 이해인 수녀의 <6월의 편지>, 다른 분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는 꽃>, 또 다른 분은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 등의 다양한 시와 명언이 쓰인 엽서를 뽑으며 어린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이모님, 뽑으신 시를 낭송 한번 해보시겠어요?"라고 부탁하니, 주저 없이 고운 목소리의 시 낭송가가 탄생했다. 바로 70대 봉사자 이옥순 이모님의 시 낭송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엽서를 받으신 분들은 한결같이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가 탄생한 것처럼 감동했다. 몇 번을 읽어보시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고맙다는 말을 계속했다. '아, 사람이란 정말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글을 먹고, 시도 먹으며 살도록 창조되었는데 바쁜 삶에 지쳐 우리의 본성을 잊고 사는 거였구나'라고 생각했다.
"영양사로 일한 지 10년, 이런 행사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