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를 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2차 하청업체 ㈜ACS 소속 카트 관리·보수 노동자들
연정
이날 카트를 밀면서 함께 청와대로 행진한 인천국제공항 카트 관리·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 업무'를 해왔음에도 인천공항의 2차 하청업체 ㈜ACS 소속이라는 이유로 자회사 전환 대상에서조차 배제되었다. 3개월마다 초단기 계약을 이어오다 이달 말 해고의 위협에 까지 직면한 카트 노동자들은 1년 넘게 천막농성 등의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소방업무 노동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약 40%가 탈락하여 해고자가 되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자회사(인천공항시설관리 등))와 코레일의 자회사(코레일네트웍스 등)의 사례처럼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 임금인상률을 핑계로 최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를 강요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회사는 원청 기관의 통폐합 발생 시 고용불안 문제도 잠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말 많고 탈 많은, 무엇보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자회사 전환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정규직 탄압 정내미가 떨어질 지경"
"가스공사는 우리가 스스로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길 바라는 건지 정말 정내미가 떨어질 지경이에요."
7년 동안 인천생산기지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소방·안전 업무를 하고 있는 박성덕 씨는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 7월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가 찰 정도로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에 재계약 할 때 월 급여가 40여 만 원이 깎이고, 2021년 계약할 때는 20만원이 깎였어요. 두 차례에 걸쳐 다들 월 60~70만 원 정도 임금 삭감이 된 거예요. 용역회사에서는 엔지니어링 단가를 '기준'이 아닌 '준용'을 해서 임금 설계룰 해서 그렇다고 하고, 가스공사에서는 '기준'으로 했다고 하고. 기본급 산정 근거 자료를 요구해도 주지를 않아요. 확인해봤더니 제 시급이 최저시급 8720원도 안 되는 8440원 인 거예요. 총액을 맞추느라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기가 막혀요. 안전 업무를 하면서 최저시급도 못 받는 거잖아요. 우리한테 요구하는 책임감과 사명감은 최고인데, 급여와 처우는 최하위권이에요. 이제 우리는 자존감과 사명감도 바닥 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생명·안전 관련으로 직접고용 대상인 소방·안전 업무에 인력충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제 실시 이후 소방 업무는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3교대로 교대형태 변경이 이루어졌다. 조가 한 개 늘었으니 인원 충원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공사는 기존 1개조에 3명이 근무하던 것을 1개조 2명 근무로 인원을 줄여 4조 3교대로 교대근무 시스템을 변경했다.
"2명이 근무를 하다 보니 휴가 통제를 많이 받아요. 경조사나 개인 연차를 쓰기가 어렵죠. 소방대 사무실에 화재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명은 사무실에 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사무실을 비워두고 사무실 밖에서 2인 1조 작업을 하게 될 경우가 있어요. 얘기를 하면 공사 측에서는 사무실 전화만 개인 핸드폰으로 돌려놓고 나가서 작업을 하라고 해요. 한명이 소방차 방호대기를 하러 외부에 나가있으면 사무실에는 한 명만 남게 돼요. 그러면 식당 운영시간을 맞춰서 식사도 할 수가 없어요. 2인 1조 작업도 할 수가 없고."
화재안전 대응 공백 발생과 관련하여 한국가스공사에 수십 번도 더 인력충원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소방 직종이 직접고용 대상 업무라 기획재정부 승인 없이 인원 충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부모님 병간호로 한두 달 휴직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한 소방업무 비정규직 한 노동자는 회사가 대체인력을 구해주지 않자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퇴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이드라인 이전에 합의한 인력충원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나오고 압박이 심해졌어요. 공사 측에 얘기하면 용역회사 가서 얘기하라고 해요. 용역회사에서는 모른다고 하고.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는 거죠. 한 공간에서 같이 업무 보면서 소통을 해야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거든요.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소방대로 다 전가하고, 가스공사 정규직들은 무재해로 연말 성과급 많이 타가는 거잖아요."
기존에 비정규직 노동자 업무나 처우 등과 관련해 소통을 담당하던 가스공사 정규직 직원들도 가이드라인 이후에는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소통을 회피하고 공문에 답장 조차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하락과 노동환경 악화로 성덕 씨의 동료들은 한 명 두 명 가스공사를 떠나고 있다.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데 불확실한 직접고용에 현재 인생을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