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또 주는 '이중지급' 선거보조금... 이젠 바꾸자

[주장] 대선-지선 치러지는 내년엔 5000억 이상... 기득권 정당-유력 후보자 '특혜'다

등록 2021.06.16 15:00수정 2021.06.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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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라고 주고, 사용했다고 또 주는 선거지원금 '이제는 바꿔야'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선거보조금으로 50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2017)과 지방선거(2018)의 선거보조금 및 보전금을 계산하면, 2017 대선 때는 1646억4200만 원가량이었고, 2018 지방선거 때는 3661억4000만 원가량이었다. 단순 합산만 해도 5000억 원이 넘는다. 사용하라고 선거보조금을 주고, 사용했다고 또 선거보전금을 주는 이중지급이 이뤄지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6일 근거도 미약하고, 목적도 불분명한 선거보전금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 선거보전금 제도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정당과 유력 후보자들의 '특혜'라는 입장이다.
 
최근 주요선거 선거보조금 및 선거보전금 지급현황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2018년 7회 지방선거,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각 정당이 지급받은 선거보조금 및 선거보전금.
최근 주요선거 선거보조금 및 선거보전금 지급현황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2018년 7회 지방선거,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각 정당이 지급받은 선거보조금 및 선거보전금.김삼수
  
헌법 제116조에서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등 공적기관이 선거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주어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고, 돈은 없지만 유능한 후보의 당선을 보장하려는 제도다.

2000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벽보, 선거공보, 신문·방송광고, 방송연설 등 개별 조항에 산재해 있던 선거비용 보전제도를 통합했다. 비목보전에서 총액보전으로 변경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안에서 보전하고 있다.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있는 정당이 지출한 선거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보전비용). 또한 점자형 공보물 제작 및 발송비용, 장애인 (예비)후보자 활동보조인 수당 및 실비 등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부담비용)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지원금은 선거보전금 외에도 선거보조금이 있다. 선거보조금은 당해 선거의 후보자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지급한다. 후보자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은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정치부패를 방지하고, 정당 간 자금 격차를 줄여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문제는 '이중지급'이다. 이미 각 정당에 선거보조금이 지급돼 사실상 용도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했음에도 또다시 선거보전금을 지급하는 것은 혈세를 '이중지급' 하는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정당들은 421억4200만여 원의 선거보조금과 1225억여 원 선거보전비용 등 총 1646억4200만 원이 넘는 혈세를 지급받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들에게 458억4700만여 원의 선거보조금을, 보전대상 후보자 6619명(100%보전 5640명/50%보전 979명)에게 선거비용 3202억9300만여 원을 보전했다.

선거보전금은 부패방지와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보전항목들은 정책선거보다는 실비 위주에 치중하고 있다. 간판, 현수막, 명함, 어깨띠, 후보자 사진, 단체모자·티셔츠, 로고송, 전자우편발송, 후보자 휴대전화통화료, 인터넷 광고, 선거사무관계자 수당·실비, 후보자 동반 식사비 등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들이 너무 많다.


선거보전금은 선거벽보, 선거공보, 방송연설 등과 같이 정책선거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모든 후보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에 지급되다보니 선거과정에서 돈을 조달할 수 없는 후보자는 선거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방송연설 현황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연설 현황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방송연설 현황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연설 현황김삼수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후보자 선거공영제 불참률 선거벽보, 선거공보, 방송연설에 대한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불참률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 후보자 선거공영제 불참률선거벽보, 선거공보, 방송연설에 대한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불참률 김삼수
 
실제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방송연설에 나선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 1118명 중 153명으로 13.7%에 불과했다. 86.3%(965명)의 후보들은 돈 많이 드는 방송연설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기득권 정당이나 돈 많은 후보자에게 유리한 구조일 수밖에 없다. 돈 없는 후보자에게 국가부담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선거공영제의 취지와 어긋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선거 전에 선거보조금을 지급받으면서 선거가 끝난 후 선거운동과정에 쓰인 돈까지 보전받는 것은 이중 지급"으로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후보자의 휴대전화 통신료나 식비 등 개인적 지출은 사영제로, 정책선거를 위한 항목은 공영제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사전보전과 사후보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고, 국고보조금 중복지급 문제 해소를 위해 "정당에 지급하는 선거비용 보전금액에서 기지급된 선거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드시 감액"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5월 25일 '대통령선거 등에서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에게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경우, 선거보조금 등으로 해당 선거에 지출한 금액만큼 감액하여 보전'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선거보조금 #선거보전금 #선거공영제 #선거지원금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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