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북극곰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
그러기에 곰과 늑대의 산책이 주는 울림은 깊습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산책'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이란 걸
박재규씨와 조성민씨는 <위로의 그림책>에서 '산책'으로서의 삶을 말합니다. 매일 매일 해야 할 일에 치이며 사는 와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산책'으로서의 삶을 말하는 건 '음풍농월'같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 택시를 탔습니다. 약속 시간 5분 여를 남긴 조급한 내 마음을 운전하시는 분께 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 머리가 허연 운전사분은 '젊어서 일할 때는 늦지 않으려고 오토바이까지 타고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덧없어요'하십니다. 초로의 우리들은 이심전심입니다.
막 달리면 어딘가에 도달할 줄 알았는데, 결국 도달한 곳은 늙음이요, 이제 도달할 곳은 '죽음'이라는 것을. 유한한 삶의 여정을 조금 더 여유롭게 음미하며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산책'이란 말이야말로 '인생'을 빗댄 절묘한 '단어'같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씨는 과거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은 산책이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 자체로 목적을 다한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하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산책하러 가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나?
산책을 나가듯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말고, 여유 있게 즐기며 살자"
아마 산책을 즐기는 곰과 늑대의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눈과 귀와 코로 눈내리는 풍경을 느꼈습니다.
나무 껍질 냄새를 맡았습니다.
눈송이가 털 위에 내려앉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눈송이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