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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로 여겨졌던 5.18 도청 지하실 문제를 연극으로

[인터뷰] 5·18 당시 시민군 기획실장 고 김영철 열사의 딸이자 배우 김연우

등록 2021.06.24 16:53수정 2021.06.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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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잊혀진 사람들 이야기'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잊혀진 사람들 이야기'이지현

"시민 여러분, 우리는 끝까지 광주를 지킬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23일,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잊혀진 사람들 이야기'가 200회 공연을 맞았다.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은 5·18 30주년인 지난 2010년 5월 27일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첫 공연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5·18 부상자이자 5·18부상자동지회에서 초대회장을 지낸 이지현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초기와 달리 41주년 기념공연은 한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도청 지하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 5·18 당시 도청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던 다이너마이트 뇌관을 군부 측 인사와 함께 제거한 문용동 열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문 열사는 다이너마이트 뇌관을 제거한 후 5·18 마지막 순간까지 전남도청을 지켰다.

연극은 1980년 5월 27일 최후의 항전 당시 전남도청을 지켰던 시민 안종필, 문용동, 문재학의 시선에서 5·18을 바라본다. 세 사람은 모두 도청에서 사망했다.

이날 공연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영신씨가 관람하기도 했다. 5·18 당시 7공수여단 소속으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었던 최씨는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 당시 양심선언을 통해 군부의 학살을 증언했다.

공연이 끝난 직후 사회자의 요청으로 마이크를 잡은 최씨는 "공연을 보는 내내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없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24일,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 무용수로 등장하는 김연우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연우씨는 5·18 당시 시민군 기획실장으로 활동한 고 김영철 열사의 막내딸이다.

5·18 최후의 항전 당시 윤상원 열사와 함께 전남도청 민원실을 지킨 김영철 열사는 항쟁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았다. 김연우씨는 5·18 직후인 1980년 7월생이다. 아래는 김연우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았으면"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잊혀진 사람들 이야기'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잊혀진 사람들 이야기'이지현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서 안무 역할을 맡은 김연우님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서 안무 역할을 맡은 김연우님김연우
 
- 연극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안무를 맡았습니다. 짧지만 강한 배역으로 문재학 열사의 마지막 장면도 맡았습니다. 도청에서 있었던 최후의 항전 장면이 끝나면 진혼무를 춥니다."

- 연극상에서 최후의 항전이 끝난 직후에 진행한 진혼무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나요?
"작품상으로는 도청에서 최후를 맞이한 분들을 위로하는 진혼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들뿐만 아니라 5·18로 인해 이유 없이, 이름도 없이 최후를 맞이한 분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는 행방불명자분들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도 서로 위로하고 또 위로받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에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그 손이 입으로 가고, 가슴 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내려간 후에 꽃을 안고 엎드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눈으로 보았으나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가슴으로 느끼고, 산자로서 우리들의 의무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이 200회 공연을 맞이했습니다. 소회가 있으시다면요?
"저는 2020년부터 참여했는데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5·18을 소재로 200회 공연을 한 건 뜨거운 열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특히 이지현 대표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객석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어요. 이렇게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유가족으로서 감사하고, 배우로서도 힘이 납니다."

"아빠에게 존경한다고 말하고파"

- '어느 봄날의 약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아버님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저는 5·18 당시 엄마 배 속에 있었어요. 자라면서 '아빠가 도청에 있었을 때 어땠을까', '많이 무섭지는 않았을까' 제 관점에서 자주 생각해봤어요. 어린 시절에는 못내 서운한 마음도 있었는데요. 철이 든 지금은 아빠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아빠가 도청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자랑스럽고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 2021년의 광주에서 5·18을 소재로 연극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올해 공연에 임하면서 유독 화가 많이 났어요. 저항적인 몸짓이 많이 나왔어요. 미얀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또다시 세상 어딘가에서 있어선 안 될 일들이 자행되는 현실에 몸서리 처질 정도로 화가 난 거죠. 공연 때 시민들의 시위 장면에서 안무를 하면 꼭 화를 표현하는 몸짓이 나와요.

연극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세심한 정서, 감정선을 건드려 보는 이들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몰랐다면 물음표를 갖게 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거예요. 이전의 아픔이 내가 사는 현재와 미래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 모두의 의무일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예술인의 의무를 다하려고 해요."
#5.18 #애꾸눈 광대, 어느 봄날의 약속 #5.18 민주화운동 #김영철 열사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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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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