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요 리4종함께 필사봉사를 하는 이숙자님, 이안나님, 김정연님과 나의 요리
박향숙
다음 날이 되니, 감자를 사간 문우들이 감자요리 사진을 보내줬다. 덕분에 감자요리 했다고, 토실토실 감자가 진짜 좋다고, 고맙다는 칭찬 릴레이가 시작됐다. 김정연씨의 감자 치즈구이, 감자 카레, 감자 강된장, 이안나 선생님의 치즈 감자와 감자샐러드, 정선화씨의 감자 햄 볶음, 이숙자 선생님의 담백한 맛의 삶은 완두콩과 감자 등을 당신들의 식탁에 올렸다.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남편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만 산다면 세상살이가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아마도 감자 받은 분들이 내 성격을 알아차렸나 봐.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을 하는 성격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정말 갖가지 요리를 보여주니, 내 마음에 안도감이 흘렀다.
수업을 마감하는 시간은 거의 밤 10시를 넘는다. 저녁을 별도로 먹을 수가 없어서 간식으로 빵을 준비하는 편인데, 이틀 동안 삶은 감자를 대령했다. 직접 수확한 감자라서 그런지 남다른 애정이 쏟아지고 맛도 풍미도 더없이 좋았다. 내일 아침엔 색다른 감자요리를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농촌봉사에 갔는데 그곳에서 나온 햇보리가 출하돼 소매로 팔고 싶은 어떤 할머니의 보리를 팔아주었다. 올여름엔 우리 부부의 식단으로 1일 1보리밥을 정하면서 "이번 기회에 뱃살 좀 빼봅시다. 애들한테 살 빼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지"라고 했다.
보리밥과 채소 식단 3일째, 마른 생선을 꺼내어 고추장 양념을 두르고 약간 삶은 감자를 넣어서 조림을 했다. 감자 뿌리에 붙어나온 엄지 한마디만 한 알맹이 감자들은 조림했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을 깨워서 아침밥상에 앉았다.
"오호, 이 감자가 그 유명한 감자구나. 으흠, 맛있어요. 포슬거리는 식감도 좋고."
"지원아, 네 엄마가 그렇게 크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감자 한 두둑만 캐고 오자고 나갔는데, 어찌나 많이 달려 나오는지, 자리를 뜨질 못하더라. 상자 포장하고 이리저리 옮기는데 힘들었을 텐데, 다 캐서 얼른 감자 팔아야 된다고 난리였다. 비가 온다고 해서 더 그랬지."
남편과 딸이 감자 캐던 날을 회상하며 내 모습을 주고받았다.
딸은 항상 나의 편을 들어 말을 한다. 엄마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올해도 엄마가 하고 싶은 기부금의 목표가 있고, 처음 나온 작물을 팔아서 기부금으로 채워야만 엄마의 일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엄마의 소중한 삶의 가치니까 응원해야 된다고 대답했다. 역시 내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