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의 꽃2아내가 정성드려서 키운 꽃
정지현
이런 아내의 부지런함이 때때로 내게는 고된 노동을 불러오지만 그래도 올봄에는 비도 많이 와서 물을 나를 일이 예년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아 조금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싹이 트고, 잎이 나고, 꽃이 피기 전까지 아내는 화단에 나가 손을 놀리지 않았고, 호미질과 가위질을 쉬지 않았다. 아내는 꽃밭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주민들을 보며 항상 흐뭇해한다.
아내가 아파트 화단에 쏟아낸 땀과 크지는 않지만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는 것도 아내가 가꾼 화단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주민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늘 말하곤 한다.
이런 아내 마음을 아시는지 일하는 아내를 마주하는 주민들은 늘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작년 경작금지를 붙이며 민원을 제기했던 1층 주민도 특별히 반응이 없으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제 여름이 지나면서 또 한 번 계절에 맞는 꽃들이 바뀌며 아내의 화단은 새로운 옷들을 갈아입을 것이다. 번번이 느끼는 일이지만 '진심은 닿는다'는 말은 진리인 듯하다. 아파트 화단 꽃밭을 꾸미는 일은 단순히 아내의 사심이 아닌 함께 즐기기에서 시작되었고, 이런 아내의 노력은 많은 분들의 응원과 감사로 다시 꽃을 피웠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꽃밭을 보고 지나다니며 잠시 머물렀던 발길, 깊은 관심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키운 꽃밭에 흔적으로 남아 꽃들이 더 예쁜 자태를 보이는 것 같다. 사람도 꽃도 관심을 가지고 봐주면 더 힘이 나는 건 마찬가지니까.
아내는 작년 직접 파종한 씨앗을 아파트 관리실 경비 아저씨에게 분양했다. 일부러 꽃씨를 사서 키우기는 아쉬웠던 아저씨는 아내가 직접 파종한 씨를 아파트 이곳, 저곳에 뿌려 올해 꽃을 피우고 있다.
아래 사진에 있는 해바라기나 황화 코스모스는 아파트 입구 화분에 심어져 지난주에 꽃을 보였다. 집으로 들어오는 후문 입구에서 아파트 주민을 활짝 반기는 자태가 오늘도 곱다. 아마 아내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를 볼 때마다 다 자란 자식 보는 것 같이 뿌듯한 마음이지 싶다.
오늘 오후에도 아내는 두 손이 바쁘다. 곧 다가올 장마에 대비해서 꽃들에게 지지대를 세워주는 아내는 뙤약볕에서 오늘도 열심이다. 따라 나가 조용히 아내를 도와주다가 사진을 찍어봤다. 꽃들과 대화하는 지금이 아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