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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으로 시작해 30명이 '동네 모임'... 이거네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청년들, 동네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등록 2021.07.01 13:08수정 2021.07.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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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룸이 보증금 1000에 월세 50이에요?"

생애 첫 독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알아본 첫날, 도봉구 창동 주변 부동산 사무실 문을 당차게 열고 들어갔다가 나왔다. "다시 올게요"라는 기약 없는 인사만 남긴 채. 눈앞에 펼쳐진 대단지 아파트들을 멍하니 보며 열심히 살았는데 나에겐 왜 '영끌' 할 영혼도 없는걸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부동산 중개사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네 번째 원룸은 전 집주인이 두고 간 침대가 방 절반을 꽉 채우고 있었다. 침대를 빼고 옷장을 두면 잠자리만 나올듯한 공간이었다. 중개사는 좀 작기는 해도 엘리베이터도 있고, 채광도 좋은 집이라면서 이 가격에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해주셨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독립생활의 악몽

사실 몇 년 전에 3개월 정도, 독립이라고 할 수 없는 혼자 살아본 짧은 경험이 있다. 급하게 단기간 살 집을 구하게 돼서 보증금 없이 월 50만 원짜리 반지하 방에 살았다. 현관문을 열면 화장실, 부엌, 방이 180도 시야에 들어오는 구조였다. 건물도 깨끗했고, 도배도 새로 한 집이라 '어차피 잠만 잘 테니깐...' 하는 생각에 바로 계약을 하고 다음 날 간단한 짐만 챙겨왔다. 그런데 그 짧은 100일도 안 됐던 독립생활이 반지하의 악몽으로 트라우마처럼 각인되었다.

이사 온 첫날밤부터 옆집에서 밤새 들리는 TV소리에 잠을 설쳤고, 아침에는 하수구 냄새가 올라왔다. 같은 층에 총 6가구 살았는데 내 집은 제일 안쪽 집이었다. 1주일을 살아보니 내 집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이 거주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을 마치고 12시 넘어서 오는 날이면 까치발을 들고 복도를 통과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아무도 나오지 마, 아무도 나오지 마.'


조용한 복도에 비밀번호 버튼 음이 울리면 끝 집의 체크인 시간과 비밀번호를 안내방송이라도 하는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다. 새벽1시에도 나홀로 중랑천을 조깅했던 강심장은 이 짧은 복도를 다닐 때마다 점점 쪼그라 들었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유튜브캡처
       2019년 5월 서울 신림에서 주거침입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귀가하던 여성이 집으로 들어가자 한 남성이 뒤따라 가다가 닫히는 문에 다급하게 손을 뻗었는데 다행히도 간발의 차로 문은 잠겼지만 남성은 이후에도 노크를 하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등 1분 넘게 집 앞에 머물렀던 사건이었다. 이런 사건의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1인 가구 여성들에게는 나에게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된다.

이후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 현관문 2중 잠금장치, 휴대용 긴급벨, 창문 잠금장치, 스마트 안전 세트 등이 포함된 여성 1인 가구 '안심 홈세트'를 지난해까지 시범 운영했고, 올해 이를 25개 자치구로 전면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여성 1인 가구 안심지원사업 '안심홈세트', '안심점포' 신청안내)
 
 여성 1인 가구 안심지원사업 ‘안심홈세트’, ‘안심점포’ 신청안내
여성 1인 가구 안심지원사업 ‘안심홈세트’, ‘안심점포’ 신청안내서울시
 
이런 정책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서울시 '청년 자율예산제'에서 시정 숙의형으로 정책 제안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서울시 '청년 자율예산제'는 시장이 가진 예산편성 권한의 일부를 민간 거버넌스에 이양하고 청년 시민이 숙의와 토론을 통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이다.


광역 단위에서 제안할 수 있는 '시정 숙의형'과 자치구 단위에서 지역 청년들의 니즈에 맞는 정책 발굴 및 지역 특화 사업을 할 수 있는 '자치구 숙의형'으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3개 자치구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 민간 거버넌스를 만들어 자치구에 맞는 정책들이 제안되고 있다.

악몽을 희망으로  
 
 도봉청년네트워크 정책지원단 모임에서 <좋은예산센터> "최승우"선생님 강의 중
도봉청년네트워크 정책지원단 모임에서 <좋은예산센터> "최승우"선생님 강의 중도봉청년네트워크

도봉구의 경우,  2017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로 5기가 된 도봉청년네트워크가 있다. 3월에 네트워트 운영위원을 모집하여 주거·환경 분과(21명), 노동·일자리 분과(18명), 문화·예술 분과(21명), 성평등·인권 분과(8명) 총 4개의 분과 68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되어 2022년 도봉구 청년정책을 만들고 있다.

현재 분과별 최종 대표 정책을 결정한 후 도봉구청 담당부서들과 협의를 통해 최종 3개의 정책 ▲ 6기 도봉구 청년 참여기구 활성화 ▲ 도봉구 청년 사회혁신가 양성 ▲ 도봉구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범죄 예방 생활안전장치 키트 지원에 대해서 도봉구 청년들 의견을 수렴중이다.
 
 청년들의 법, ‘청년기본법’이 2020년 8월 5일 시행됐다.
청년들의 법, ‘청년기본법’이 2020년 8월 5일 시행됐다.대한민국정책브리핑
 
'서울시 청년기본조례'가 2015년 제정되고 자치구마다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인천광역시를 마지막으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모두 제정했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 시흥시는 주민 청구 방식으로 조례를 제정했기에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렇게 광역, 기초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먼저 만들어졌던 '청년기본조례'가 당사자들이 직접 움직여 2020년 1월 9일 '청년기본법'으로 제정이 되었고 같은 해 8월 5일에 시행이 됐다. 청년들이 살거나 활동하는 지역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천 서구 검암에는 '우리동네사람들(a.k.a 우동사)'이라는 청년 주거, 문화 공동체가 있다. 2011년 여섯 명의 청년들이 모여 시작된 주거 실험 공동체가 현재 인원이 늘어 현재 30여 명의 친구들이' 우동사'라는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우동사를 방문했을 때 혼자 살면서 느꼈던 고립에 불안에 대한 문제의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기존에 혈연과 혼인으로 이뤄진 가족을 넘어선 공동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고민하고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지역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정책은 너가 만들어, 실행은 내가 할게. 아니면 다 우리가 하지 뭐.
덧붙이는 글 필자는 도봉구 청년정책위원회(1,2기) 위원으로 참여하고 현재 도봉청년정책네트워크 주거환경분과에서 활동 중입니다.
#서울청년자율예산 #도봉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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