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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과일 먹는 아기... 대환장파티가 예약되었습니다

'진심과 사랑'으로 준비하는 아기의 제철 간식들

등록 2021.07.14 13:20수정 2021.07.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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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아기에게 놀이는 밥이다.'

부부가 아기를 기르면서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4단계 격상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아기의 양육은 여러모로 부부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아기의 밥인 놀이와 학습 그리고 아기의 건강까지 채워 줄 수 있는 비책이 부부에게는 있다. 바로 제철 과일을 아기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제철의 과일을 아기에게 주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아기가 과일을 먹어도 되는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기가 지금까지 먹은 것들이 채소 위주였고 '알레르기 테스트' 용이었다면 과일을 먹이는 것은 본격적으로 아기가 식재료를 이해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하게 하는 일종의 교육이자 놀이이다. 
 
자두를 먹는 아이의 모습 아기는 자두를 좋아한다.
자두를 먹는 아이의 모습아기는 자두를 좋아한다.최원석
 
하지만 이 놀이이자 교육은 보시는 것처럼 '대환장파티'이다. 아기의 목욕과 바닥을 청소해야 하는 지난하고도 험난한 과정이 예약되어 있다. 제철 과일을 아기에게 주게 되면서 비로소 시작된 무한의 악몽이지만 부부에게는 아직 즐거운(?) 일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에 배웅 인사로 오늘의 과일을 선정한다. 고백했듯 선정한 과일이 필자의 퇴근길의 두 손에 들려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부부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 녀석들이 있어야 비로소 아기 식탁에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6월부터 아기는 다양한 제철 과일을 만났다. 필자는 아기를 키우고 나서야 이제껏 살면서 과일 가게에 가 본 것보다 더 많이 드나들었던 것 같다. 항상 과일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제철 과일이면서 최대한 익어야 하고 그럼에도 하필 여름이라 날파리가 꼬이지 않을 만큼 신선해야 하니 과일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 수밖에.

아기가 8개월을 맞는 여름인 7월, 과일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아기도 서서히 자신의 취향을 어필하기 시작해서 조금씩 그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슬픈 사실은 '안 비밀'이다.

요리를 공부하고 가르쳤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요즈음을 필자가 보내고 있음을 고백한다. 바로 제철 과일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존재하며 진화하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음을 이제 와 새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신비 복숭아, 샤인 머스캣, 자두, 살구, 멜론, 수박, 귤, 블루베리, 참외...

아기의 식탁에 오른 과일들의 면면이다. 글로 적고 보니 가짓수가 꽤 된다 싶다. 열거하고 보니 괜스레 갑자기 '고생했다'라는 자기 위로와 함께 피곤함이 몰려오는 듯도 하다. 아기에 대한 아빠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까? 아니었다면 매일 같이 퇴근길에 과일 집을 드나들지는 못했을 것 같다.


퇴근길에 자주 들르는 과일 집이 서너 곳 있는데, 한 곳은 터미널 근처의 청년들이 하는 집이다. 이곳은 청년들의 패기를 보여주듯 특이한 과일들이 있어서 자주 찾는다. 위에 열거한 신비 복숭아가 대표적인 예인데, 복숭아를 잘 먹길래 좋은 복숭아를 찾았더니 청년들이 권한 것이었다. 

6월 제철 과일이며 2~3주밖에 출하가 되지 않아서 비싸지만 털이 없고 맛과 향이 특별하다고 해서 고민 끝에 구입했다. 아기와 함께 먹어보니 맛은 백도에 가깝고 향은 매우 좋았다. 한 입 베어 물면 향이 더 진하게 퍼졌다. 다행히 아기도 잘 먹었다.

멜론 아기가 원할 때 주려고 아내가 정성껏 손질해 둔 모습이다.
멜론아기가 원할 때 주려고 아내가 정성껏 손질해 둔 모습이다.최원석
 
다른 한 곳은 후숙 과일인 멜론이나 수박 등을 주로 구입하는 곳인데 규모가 꽤 있어서 마트 같은 기분을 주는 곳이다. 야채 종류도 함께 팔아서 토마토도 이곳에서 구입했는데 무지개 토마토라고 해서 색깔이 네 가지나 들어 있는 토마토였다.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 와서 아기와 함께 먹어 보니 초록색 토마토는 쓰고 맛이 없었다. 다른 토마토들은 아기가 거부감 없이 먹는 듯했다.
 
레인보우 토마토 색은 참 예쁘지만 색만큼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레인보우 토마토색은 참 예쁘지만 색만큼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최원석
 
마지막 곳에서는 자두나 살구 등의 씨가 있는 상품들을 주로 구입했던 곳인데 노부부가 운영하고 계시는 곳이었다. 살아오신 세월만큼의 인정으로 항상 하나라도 뭘 담아주시려고 하는 모습에 발길이 절로 향하는 곳이다.

다른 경쟁 업소도 많고 코로나 여파로 장사가 잘 되지 않는지 과일이 많이 익어 있다. 그것이 이곳을 찾는 이유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이 시대의 단면 같아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는 한다. 이곳에서 산 자두와 살구 같은 종류들은 집에 가져가면 아기 엄마가 밀폐 용기에 고이 보관하다 적당할 때 아기에게 주곤 한다.
   
자두 아기가 좋아하는 자두. 노부부가 운영하는 과일 가게에서 샀다.
자두아기가 좋아하는 자두. 노부부가 운영하는 과일 가게에서 샀다.최원석
   
8개월에 접어든 아기는 이제 곧잘 과일을 먹는다. 과일을 잘 먹는 것 이상으로 요령이 늘었다. 좀 더 많이 먹기 위함인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과일에서 즙을 내서 과즙을 먹고, 난 지 얼마 안 된 이빨들로 잘게 부수어서 빨아먹고는 뱉는다.

걱정했던 씨가 있는 과실들은 알아서 씨를 뱉어 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즐거움이 이런 아기의 발달에서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부부를 미소 짓게 하는 아기의 요즘이다.

흘수상사(吃啥像啥)란 옛말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닮게 된다는 뜻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도 있다. 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의미인데, 음식이 약이라면 제철 음식은 약 중에 으뜸이 아니겠는가?

그만큼 제철 음식이 나는 데는 이유가 있고 먹어야 한다는 말로 부부는 풀이해서 들었다. 그런 이유로 아기는 오늘도 발달과 건강 그리고 내일의 안녕을 위해 제철을 먹는다. 아기의 부모는 정성으로 제철의 음식을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아기에게 선물한다.
 
멜론 아기가 좋아하는 멜론을 먹고 있는 모습.
멜론아기가 좋아하는 멜론을 먹고 있는 모습.최원석
 
글을 쓰며 오늘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가게를 가볼까 고민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비단 나뿐이랴.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수 없는 엄마 아빠들이 계시리라. 어려운 이 시기 코로나는 또다시 말썽이지만, 제철의 식물들의 생명이나 아기에 대한 사랑까지는 꺾질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사랑으로 아기의 먹거리를 찾으며 나름대로의 제철을 아기에게 선물하고 계실 이 시대 모든 부모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매일 같이 필자의 손에 들려 있던 봉투에 과일들만큼 신선한 응원과 존경의 인사를 건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추후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아기 과일 #제철 과일 #8개월 아기 #여름 과일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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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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