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신문
너덜겅, 갯돌 해변, 구실잣밤나무 군락지 3곳을 '멍~ 때리기 좋은 곳'으로 선정했지만, 생일도는 섬 자체가 호젓이 걷기에 좋다. 시끌벅적 인파가 몰리는 곳보다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제격이다.
# 멍때리기좋은 장소 1순위는 너덜겅. 일몰 해변이 있는 생일도의 끄트머리다. 작년에 문을 연 리조트가 요즘 핫하다. 리조트 건물 뒤로 난 산길이 모두 너덜지대. 가장 흔한 바위 화강석, 화강암은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굳어서 형성된다고 한다.
화강석이나 변형된 화강편마암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지질학에서는 암석이 떨어져 쌓여있는 곳을 테일러스(talus)라고 하는데, 너덜겅은 우리나라에 많다. 그 중 대표적인 밀양 얼음골 너덜겅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 금정산 너덜겅은 넓은 면적에 암석의 풍화와 침식과정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고, 원형 보존상태가 우수해 자연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너덜겅은 학술 가치도 있지만, 체계적인 연구나 보존대책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어서 아쉬움이 남기도.
# 해안도로는 섬의 동서로 갈리는데, 용출마을 가는 곳에 구실잣밤나무 군락이 있다. 구실잣밤나무는 해를 넘겨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고 한다. 새끼손가락 첫 마디만 한 작은 열매는 껍질이 우툴두툴하고 끝이 셋으로 갈라진다. 열매껍질 안에는 도토리같이 생긴 길쭉한 씨앗이 들어 있다. 날로 먹어도 밤처럼 고소한 맛이 난다. 옛날 사람들은 열매를 주워 모아 저장해두었다가 흉년에 대비했다고. 옛 기록에는 가시율(可是栗, 加時栗)이란 이름이다. 적율(赤栗)이란 이름도 같이 쓰였는데, 아마도 밤나무의 한 종류로 생각한 듯. 우리가 부르는 구실잣밤나무란 이름은 '가시 밤나무'가 변형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완도 상왕산에는 붉가시나무가 있다. 가시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흉년에 열매를 모아서 묵을 만들어 배고픔을 '가시게 했다'하여 가시나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구실잣밤나무 이름의 유래가 제법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