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문제에 대해 주거 중심으로 접근해야

시설입소를 기본 방침으로 하는 서울시 거리노숙인 정책

등록 2021.07.21 15:10수정 2021.07.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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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서울은 워낙에 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노숙인 특히 거리노숙인은 인구당 비율로 치더라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거리노숙인 수는 특정한 시점에 거리노숙인이 기거하는 곳으로 알려진 장소를 일제히 조사하여 그 수를 집계하는 일시집계조사(PIT, point in time) 방식으로 집계하곤 한다.

그 방법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일시보호시설 이용인원을 포함한 거리노숙인 수는 전국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많다. 따라서 서울지역에서는 노숙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고, 서울시 또한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보다 노숙인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정책적 대응방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전히 시설입소를 기본적인 방법으로 활용하는 정책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서울역 인근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여 약 100명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바 있다. 거리노숙인을 위한 일시보호시설은 집단생활 형태이다. 수십 명이 사실상 같은 공간에서 공용 위생시설 등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방역위기 상황에서 집단생활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간 요양병원이나 타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통해 이미 우리 사회가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그런데 아직도 노숙인 정책의 기본 골간은 거리노숙인을 사적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자활시설, 재활시설, 요양시설로 구별하고 있는 노숙인시설에 입소시키거나, 입소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시보호시설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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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거리노숙인

거리노숙(rough sleeping)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어느 나라이건 가장 기본적인 정책원칙으로 거리노숙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가능한 신속하게 거리노숙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있다. 방역위기 상황에서는 거리노숙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해진다.

거리노숙인은 24시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사적 공간이 없으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코로나 방역 문제로 급식이 중단되거나 (거리노숙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행정절차를 가진) 코로나 음성판정 확인이 있어야 급식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거리노숙인의 급식이용은 이전보다 어려워졌고, 노숙인의 하루 끼니 숫자가 감소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노숙인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한된 (공공)의료기관은 코로나 진료로 인해 노숙인 진료가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축소되었다. 노숙인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생활유지서비스의 문턱이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방역 규칙은 노숙인뿐 아니라 전 국민이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물리적 조건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거리노숙인에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정책

작년 4월, UN주거권특별보고관이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19 지침"을 발표하면서 "위생 시설과 잠자리를 공유하는 응급 쉼터는 일반적으로 '집에 머물기'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이러한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 서울시 인권위원회도 노숙인 집단감염 사태에 주목하고 독립적인 위생설비를 갖춘 개별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노숙인에 관한 적절한 주거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긴급성명을 통해 요구한 바 있다. 결국 집단적 시설입소를 유도하거나, 생활유지서비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곤란하고, 주거지원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복지전문가들과 현장의 견해이다.

그 비싼 집을 사주거나 전세금을 제공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하여 월세를 부담하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다른 사회서비스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 서비스와 함께 지원되는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을 활용하는 등의 정책을 확충하는 것이다.

주거에 기반하여,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거나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복지제도와 서비스를 연결하여 스스로 월세를 부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영역에서 탈시설화가 강조되는 시점인데 아직도 거리노숙인에게 시설입소 연계를 우선 방법으로 설정하는 정책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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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중심에서 주거 중심으로 전환 필요

그간에도 서울시 등 노숙인 수가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임시주거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인에게 개별적인 주거공간을 임시로 제공해 왔다. 매입임대주택 등을 활용하는 주거 지원과 사례관리 사업도 있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지원주택 시범사업도 진행해 왔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이런 사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서울시의 노숙인 대책에서 주거지원의 강조보다는 방역을 위한 통제적 성격만 부각되고 왔다.

올해는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제2차 종합계획이 만들어지고 각 지자체도 관련 계획을 추진해야 하는 때이다. 서울시가 노숙문제에 대한 대응에서 주거지원과 주거우선에 초점을 두는 정책으로 적절한 전환을 시도하는지 주목하고 시민이 감시해야 할 때다.

[참고자료]
• 남기철. 2021, "코로나 19의 심각한 피해자, 노숙인", 부산복지개발원. 부산복지 이슈공감 11호.
• 이동현. 2021, "코로나 19의 교훈, 집이 기본이라는 것", 참여연대 사회득지위원회, 복지동향 269호.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거리노숙인 #주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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