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전경pixabay
청년들이 막연히 꿈꾸는 카페를 생각해 보자. 조용한 음악이 나오고 달콤한 커피향이 있는 공간, 그 곳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대화하고 손님들이 오며 가면서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러한 즐거운 일을 하면서 카페 사장으로 돈까지 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멋진가?
나의 청소년기에 꿈꾸었던 공간과 겹친다. 막연한 환상에 가깝다. 카페 운영 자체가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하루에 최소한 10시간 이상은 카페를 지켜야 하는데 그 자체가 중노동이다. 거기에 손님들이 올 수 있는 공간운영과 커피와 음료의 전문성과 마케팅 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래전 10대의 마지막 그 해에 내가 꿈꾸었던 공간은 카페라기보다는 개방된 나만의 '사랑방'에 가깝다. 조용한 팝송과 커피향, 인문학 서적들이 있고 내가 편할 때 찾아오는 친구들과 이웃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 돈은 벌기는커녕 계속해서 손님들을 환대하고 대접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공간은 바로 여기에 '방점'이 있다.
나는 철저히 내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관계를 꿈꾸었지만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공동체적 공간이고 참여하는 이들 모두에게 이로운 '공생'이 살아날 수 있는 있는 활동이 있어야 한다. 꾸준히 모이고 소통하고 작은 모임들이 더욱 분파되어 만들어지고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 공간으로서의 거점이 된다. 참여하는 이들이 그곳을 통한 어떤 긍정적인 일들이 계속될 때 공동체는 많아질 것이고 공간은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카페 혹은 시민과 청소년, 청년들이 모이고 함께 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원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하면서 네트워크와 참여에 집중할 일이다. 내가 10대에 꿈꾸었던 카페는 언젠가 할 것만 같다. 돈을 벌거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일 없이 이웃과 친구들에게 무조건 나누면서 함께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아직도 눈 내리던 날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엘피판을 올리고 커피를 마시며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이라는 책을 꺼내들었던 게 나의 뇌에 각인되어 있다. 당시 읽었던 많은 책의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 나지만 카페의 은은한 조명과 내음과 함께 꾸준히 찾아 왔던 내 사랑하는 친구들의 환한 모습까지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날이 너무 따뜻한 여름이다. 그때 그 겨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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