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를 태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지난 7월 20일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블루오리진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한국 시간). 세계적인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탄 우주선 뉴셰퍼드가 화염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지구밖 35만1210피트(약 107Km) 상공까지 솟아올랐다.
파란 우주복을 입고 우주비행에 나선 4명의 탑승자들은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고 이 모습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뉴셰퍼드와 함께 지구로 귀환한 베이조스는 엄지를 들어보이며 성공을 자축했다. 다음날 전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새 민간 유인 우주선의 탄생을 알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도 '현실'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하지만 베이조스의 유인 우주선 실험에 대한 각계의 평가는 제법 엇갈린다. 본격적인 경쟁이 점화된 우주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우주산업은 결국 억만장자들의 값비싼 취미생활로 끝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 인류가 지구에 산적한 문제를 외면하면서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우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본질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돈
우주산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돈은 실물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ARK invest)는 지난 3월 말 우주산업을 차세대 테마주로 선정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국내 우주산업의 대장주 격인 한국항공우주(KAI)는 올해 들어서만 몸값을 30% 가까이 올렸다.
우주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하게 될 사업 분야들로는 지상관측 데이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6세대 이동통신(6G), 광물자원탐사와 여행이 꼽힌다. 강한 인상을 남긴 베이조스의 우주여행만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의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끌고 있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나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버진그룹의 버진 갤럭틱과 같은 친숙한 기업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우주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외계생명체를 찾는 기업 세티(SETI)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위성통신으로 전 세계에서 초고속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미 벤처기업 키메타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에 투자해 광물자원 탐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우주산업 중 성공했을 경우 가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광물자원 탐사다. 지난 2015년 지구 곁으로 '2011UW158'이라는 이름의 소행성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 소행성은 온통 백금 등 귀금속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행성에서 추출할 수 있는 광물의 가치가 약 6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 표면에는 '헬륨-3'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륨-3는 1톤으로 석유 1400만톤, 석탄 4000만톤과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방사능 물질도 뿜지 않는다고 한다. 이론대로 될 경우 다른 행성의 광물을 지구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탄소 에너지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3D 프린팅 기술도 우주산업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3D 프린팅이란 프린터로 입체적인 실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인체에 필요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 내는 '바이오 프린팅'의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복잡하면서도 유연한 인공 장기를 생산해내는 데 지구의 중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라면 인공 장기 생산 기술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생활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통신·관측 위성은 이미 우주산업의 주축이다. 특히 지구에서 낮게 쏘아올리는 저궤도(200~2000km) 통신위성은 초고속 통신망(6G)을 전 세계에 구축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이미 2021년 1월 기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 개수는 3372개에 이른다.
우주여행 산업을 향한 장밋빛 전망도 넘쳐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우주여행 시장이 17억달러(약 1조9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체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0억달러에서 2040년엔 1조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려한 로켓 발사의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