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월간 옥이네
놀라운 건, 이렇게나 많이 쓰이는 밀의 자급률이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 1980년대 농산물수입개방 이후, 밀 관세율 역시 줄곧 바닥이었다. 1984년 밀 수매제도 폐지에 이어 1990년대 밀 알곡 관세까지 폐지되면서 전국 밀 재배 농가는 크게 감소한다.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수입 밀. 값싸게 대량 수입한 밀은 대형 제분소에서 밀가루로 가공되고, 그 밀가루는 다시 공장에서 국수, 라면 등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착된 대량생산체제다. 소규모로 재배되는 우리밀이 파고들 자리는 없다. 한때 0%대(1990년 0.05%)까지 떨어졌던 우리밀이 그나마 지금의 자급률을 지키고 있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밀 산업육성법을 시행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밀 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5년 5%, 2030년 10%까지 올릴 것을 발표했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8년부터 자급률 확대 목표를 5년 단위로 발표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대해 낮은 자급률 원인인 가격‧품질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발표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 입각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가운데, 충북 옥천에서는 우리밀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안남면, 청성면, 안내면 등이 주요 생산지. 대청호 상류지역으로 오염에 민감한 옥천의 상황은, 한편으론 친환경 농업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질 계기가 됐다. '심어놓으면 알아서 잘 크는' 밀은 화학 농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선택지였다.
특히 안남면의 경우 2000년대 초 밀 재배를 시작한 유원균 농민을 필두로 점점 생산자가 늘어나 2007년에는 작목반이 꾸려졌다. 그전인 2006년부터 한살림과 전량 공급 계약을 맺고 무농약 밀을 출하하기도 했다. 현재는 옥천살림협동조합(이하 옥천살림)에서 대부분을 수매해 백밀‧통밀가루, 통밀쌀로 가공하고, 학교급식과 어린이집 급‧간식에 공급하는 중이다.
옥천 땅에서 자란 밀이 우리 밥상에 전해지기까지 여러 방면의 노력이 뒷받침했을 테다. 99%의 수입 밀에 밀려난 우리밀을 지역에서부터 지켜낸 걸음들. 그중 가장 첫 순서이자 중요한 단계인 생산을 맡는 농민들을 만났다. 옥천에서 '옥천푸드 인증' 혹은 '친환경 인증'을 통해 밀 농사를 짓고 있는 열여섯 명의 농민이다. 여기서는 그중 대표로 전병천씨 이야기를 소개한디.
건강한 우리밀을 기르는 자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