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통과 소외 계층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은, 과기정통부의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모든 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일반국민 대비 디지털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72.7%로 전년대비 2.8%p 개선되어 디지털정보격차가 꾸준히 완화되는 추세로 나타났으며, 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의 경우 전년대비 7.3%p, 장애인은 6.1%p, 농어민은 6.7%p, 고령층은 4.3%p 개선되었다. 이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15,00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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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너울 작가의 SF 단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의 시대 배경은 지금의 MZ세대가 70살이 된 때다. 노인 '양윤'은 보청기 기능을 겸비한 블루투스 이어폰 '실버팟'을 구매하며 얼리어답터 노인이라는 자부심에 어깨에 힘을 준다. 그러나 여전히 터치스크린 방식에만 익숙한 자신과 달리 이제 사람들은 음성으로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유행이라는 가상현실방에 호기롭게 들어가서도 큰 낭패를 본다.
소설은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남는 뒷맛은 상당히 묵직하고 씁쓸했다. 왜 못 해 봤을까? 나 역시 언젠가 새로운 시스템이 버거워질 거라는 생각을. 나는 친구에게 소설에 대해 얘기했다. "나 이렇게 될 것 같아."
사실은 벌써 그렇다. 같이 사는 친구가 주문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보고 나는 같은 것으로 내 것도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다. 잘 고를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가 말했다. "와, 우리 엄마 같다."
심지어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터치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근미래 배경의 SF에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고 있었다! 관심 분야가 아니면 새 정보에 반응하지 않는 나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라스트어답터에 가깝다. 30년 후의 나는 이웃집 문 앞에서 한껏 몸을 숙인 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가씨, 자꾸 와서 진짜 미안한데, 이 스마트팜(스마트폰의 기능을 손바닥에 옮겨놓은 것. 이경희 작가의 소설 <테세우스의 배>에 나오는 가상의 유비쿼터스 장치)으로 혈당 측정이 잘 안 돼서..."
나와 5시간쯤 떨어진 거리에 사는 우리 어머니는 보험 서류를 앱으로 보낼 줄 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팩스를 이용하며 매번 눈칫밥을 드셨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트로트 아이돌 박형석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는데, 자꾸만 마음대로 안 되어서 꼬박꼬박 집앞 핸드폰 가게에 물어보신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야 이해가 되는데, 쥐꼬리만큼 철이 든 것도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야 들 건 뭐람.
일상은 더 빨리 변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변화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향으로 변화를 가속시켰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 이후 SNS와 화상앱, 메타버스 등을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편했지만, 그 때문에 소외되는 계층을 생각하면 그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시대를 주도하고 시대에 희생한 사람들이 시대에 휩쓸려 단절되는 것은 생각할수록 너무도 쓸쓸하다.
새로 다가오는 변화를 밀어낼 수는 없어도,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목소리와 마음을 내어 주려 한다. 이미 기술의 갑질에 기가 눌린 분들에게 세대적인 갑질까지 하지는 말아야지. '무인 아할'에 놀란 가슴 진정시켜 드리고, 들어서자마자 물건을 찾아달라는 어르신들께도 시원스런 걸음 보여드리고. 본가의 어머니와, 미래의 나를 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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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아할'에 가신 할머니들, 이걸 몰라 찢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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