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의 사랑> 책 표지.
사이드웨이즈
- 책에는 여성 혹은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냥 일상 얘기도 있어요.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제목 그대로 '연중무휴의 사랑'이 아닐까요. 작가와 활동가의 영역은 각기 다른 부분이 있어요. 어떤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때마다, 그런 에너지가 내가 되고자 하는 업이나 삶과 부딪힐 때마다 그 다름이 늘 부끄러워요. 하지만 거기서 체념하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역시도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연중무휴라는 말은 연중무휴로 불타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제 전부를 다 바치지는 못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태도로 글을 썼어요.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면 그 태도일 거 같아요."
- "임지은의 애매한 마음들이 거기 있음"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지금의 세상은 제가 무언가를 잘 알고 있다고 자꾸 착각하게 만들어요. 잘 알고 싶어 하는 부분들만 편식해서 보여주고. (웃음) 그러면 어떤 사안에 대해 잘 안다고 섣불리 말하거나 명명해버리기 쉬워요. 물론 그럼에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틀렸을 때 정정할 공통의 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자칫 오래 들여다봐야 알게 되는 것조차 빨리 단정 짓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고 저는 그 경향에 저항하고 싶어요. 그래서 살아가며 갖게 되는 애매한 마음들이나 해결되지 않고 거기 남아있는 마음들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아요.
명쾌한 건 명쾌하게, 애매한 건 애매하게 다루는 것이 더욱 정확한 방식이라고 믿어요. 후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명쾌하지도 않아요. 다만 내가 명명하기 어려운 게 있다는 걸 알려주면서 어떤 경향에 의심을 하게 만들어주죠. 저는 그럴 때 전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살고 있는 거 같다고 느껴요."
- 책 속에서, 평론가와 아티스트 간에 있었던 갈등을 이야기한 글에 유독 긴 각주가 달려 있어요. "조금 더 해명이 필요하다"(p.91)고 느껴서 단 각주인데, 이 해명은 왜 필요했을까요?
"해당 평론가분은 열심히 목소리를 내오신 분이고, 제가 못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이에요. 여전히 저는 그분을 응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 일은 논의해볼 여지가 있는 지점이라고 봤어요. 아직은 제 생각에 변화가 없고요. 그렇다 해도 분명 이런 비판은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이 글을 책에 넣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편집자님 설득으로 넣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말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조금 더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문제를 바라보는 제 전제를 조금 더 설명하고도 싶었어요. 해당 글은 원래 SNS에 썼던 글을 가져와 출판에 맞게 수정을 거친 글인데, SNS 게시 당시 그 글로 인해 DM과 댓글을 엄청 많이 받았거든요. 최근에도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이 사람이 이 지경이다, 이런 말을 했는데 아직도 똑같이 생각하냐. 매번 열심히 댓글을 달면 지우고 사라지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거기에 응답해온 내용과 생각을 좀 더 정리해서 각주로 달았어요."
우왕좌왕하는 순간들이 쌓여 '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