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숙소
양대범
-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험으로 들어온 정규직을 역차별하는 불공정한 제도라는 반대도 상당하다. 김소연 위원장의 의견은 어떠한가?
"시험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 방식 자체가 공정한 제도인지 고민해야 한다. 97년 IMF 외환위기를 겪고 98년 파견법이 통과되며 비정규직이 한국 노동시장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금의 청년들이 좁은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으나 비정규직이 차별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똑같은 업무를 한다면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 한 회사 안에서 일하면 그 회사의 소속이어야 한다는 인식. 이게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비정규직도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내 노동운동의 취지다."
-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인가?
"꿀잠같이 비정규직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노동자끼리 연대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와 함께해주는 정규직, 일반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소연 위원장의 노동운동
- 언제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졌나?
"내가 노동자라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을 하며 살아왔다.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가지고 활동을 한 게 아니다. 1992년도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가 2000년에 망했는데 퇴직금도 안 주고 사장은 도망갔다. 그래서 파업투쟁을 했다. 2010년에는 기륭전자에 파견근로자로 다녔는데 임금체불 등 여성노동자들을 차별해서 이를 시정하고자 투쟁했다. 내 삶을 살아가다 불의를 마주쳤을 때 외면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뿐이다."
- 사회문제에 눈을 뜬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교 2학년 때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사회 분위기가 개혁적인 경향이 강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꼽자면 정화여상 재학 당시(1987년) '사학비리 척결 사립학교 민주화 운동'이 첫 사회운동 경험이다. 집안이 가난해서 상고로 진학했는데 학교 교육의 질도 낮고 비리가 심했다.
1987년에 올림픽 관련 행사가 많아서 행사인력으로 불려갔는데 옆 학교 친구들은 빵도 먹고 교통비도 지원받았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어떤 지원도 없어서 알아보니 사학재단에서 학생들에게 줄 비용을 착복했다. 그때 사학재단을 비판했던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분 발언이 막히자 모든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항의했다. 전교생이 시험거부(백지동맹)도 했다. 결국 교장이 물러났고 이때 학생회 선거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륭전자 노동자로 살아가던 김소연 위원장은 회사의 불법파견, 열악한 공장 상황 등에 분노해 지난 2005년 기륭전자분회를 결성해 투쟁했다. 김소연 위원장을 포함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은 1895일간 비정규직 철폐 운동을 했다.
결국 2010년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사회적 합의가 국회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이 야반도주를 하고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김소연 위원장은 철야농성과 오체투지 등 다시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 기륭전자 노동운동을 하던 당시 고공농성과 단식투쟁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고공농성이나 단식투쟁을 하게 된다. 내 죽음으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요구하는 게 목숨을 걸어도 해결 안 되는 문제인가. 임금을 수백만 원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일터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소박한 요구가 목숨을 걸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비참한 마음이 들었고 상황에 몰리면 그렇게 하게 된다."
- 꿀잠도 기륭전자 노동운동을 하며 떠올린 아이디어인가?
"맞다. 10년 넘게 기륭전자 노동투쟁을 하며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깨달았다. 일상으로의 노동운동을 하려면 노동자를 위한 연대공간이 필요하다. 상경투쟁하는 지방 거주 노동자와 해고노동자를 위한 숙박 및 회의 공간 만들기에 2015년부터 착수했고 2017년에 꿀잠을 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두의 삶을 이해하고자 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겠습니다.
공유하기
"코로나에 지친 비정규노동자들 '꿀잠'에서 쉬다 가세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