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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 등 몇 지역은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다. 정당의 후보가 된다는 것이 당선된다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전라도는 파란색 당, 경상도는 빨간색 당 천지다.
정당의 후보에 투표를 하는 시민들은 그 정당에서 어떻게 후보가 선출되었는지 알까?
정당 가입한 극소수 사람들이 선출한 후보가 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게 된다. 정당 안에서 그 인물이 누구이며 어떤 활동을 하고 했는지, 어떤 정책과 정치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알고 투표를 하는 게 아니다. 누가 당원으로 모집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일전에 모 시의원과 대화했다. 이 분은 초선의원으로 지역구 시민 이야기를 경청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조례도 준비하고 행정에서 안내한 정책 예산 검토 등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몇몇 선배 의원들이 일단 당원 모집이나 열심히 하라는 충고를 했다면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내년도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당원 모집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설명을 하면서.
지방의원 후보들은 선거가 닥치면 지역에 정치, 정책 현안보다는 일단 자신의 정당에 가입할 사람들을 모으는 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당의 후보가 되는 사람이 어떤 정치적 신념과 정책, 법, 행정 등을 위한 '일'로서 승부를 걸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기초의원만큼은 정당이 아닌 자체적으로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권자들이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고, 4대 지방선거의 동시 실시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일일이 분석·평가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지지·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다"라는 의견으로 '기초의회 의원 후보의 소속 정당 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벌써 20여 년 가까이 된다. 그 때의 결정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현재 지방의원 선거와 연결시켜 보면 고민이 크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정당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칭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각 정당이 알아서 당원 가입 연령을 정한다. 시민단체나 청소년단체 등 NGO, NPO와 같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를 자체적으로 규정한다는 말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의 사례를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