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업계획만으로 주요 보도, 언론 역할 어디로?

[부산 지역언론 톺아보기]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등록 2021.08.17 14:16수정 2021.08.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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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부산시는 장기표류사업 추진 로드맵을 제시했다. 부산 여·야·정 협약식(2021년 5월 10일) 이후 실무추진단을 운영했고, 그 결과로 12개의 공동대응 대상 장기표류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의 '부산 먼저 미래로, 시민의 기대가 현실로'라는 슬로건에 맞춰 스마트 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미래교통, 벤처·창업 육성, 빅데이터 혁신센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지역언론에서도 부산시의 장기표류사업, 신산업 추진과 관련한 소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8월 1,2주 부산일보는 총 4차례 부산시의 사업 추진 소식을 1면에 실을 정도로 주요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지역언론 대부분이 부산시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사업 추진' 자체를 홍보하는 데 머물렀다.
 
 8월 2일부터 13일까지 <부산일보> 1면에 배치된 ‘부산시 추진 사업’
8월 2일부터 13일까지 <부산일보> 1면에 배치된 ‘부산시 추진 사업’부산일보
 
중요한 건 창업센터 건립이 아니다

먼저,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의 1, 2면을 장식한 옛 한진CY 부지 사전협상 관련 보도다. 옛 한진CY 부지는 부산의 첫 사전협상지로, 2018년부터 협상이 진행돼 왔으나 특혜, 난개발 논란에 공공기여 규모, 상업시설 부족, 교육시설 미비 등 쟁점으로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부산시가 12개 장기표류 우선 해결 사업에 선정하였고, 사업자측도 아파트 6개동, 창업센터 건립 등 사업변경안을 제시하면서 협의가 진척돼다.

8월 3일 부산일보는 1면에 <옛 한진CY 부지에 부산 최대 창업센터 들어선다>를, 국제신문은 2면에 <옛 한진CY 부지, 부산 최대 창업메카로 만든다>를 실었다. 두 기사 모두 제목에서부터 창업센터 설립을 강조했다. '부산지역 최대 규모의 창업 생태계 조성', '부산을 대표하는 창업생태공간으로 조성'이라며 '최대', '대표'와 같은 수식이 사용됐다. 부산시와 사업자측 변경 계획을 주요하게 전달한 것이다.

애초 한진CY 사전협상제 시작은 준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대신 사업자측은 공공기여금을 내는 거였다. 그런데 상업시설이 아닌 아파트 6개동을 건립하고 창업센터 건물마저 일부 주거시설을 포함시키는 변경 계획이 사전협상제 취지에 맞는지 지역언론의 점검은 없었다. 아파트 건립에 따른 난개발 논란, 학교시설 미비, 교통난, 지역기여 등 검토 역시 없었고 부산 '최대' 창업센터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내비칠 뿐이었다.

이제 첫 화상회의 했는데... 장밋빛 전망만 내비친 지역언론

부산시는 지난 5일 유엔 해비타트와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체결을 위한 영상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유엔 추진 '현대판 노아의 방주' 부산에 띄운다>(부산일보, 8/6, 1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 부산에 뜰까...해상도시 건설 추진>(국제신문, 8/6, 2면), <'부산 해상도시 건립' 유엔 프로젝트 참여 타진>(부산MBC, 8/6, 단신), <부산시, UN 해비타트와 해상도시 건설 협력>(KNN, 8/6, 단신)으로 보도됐다.


인공섬, 해상도시가 '노아의 방주'라는 프레임으로 지역언론에 등장한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대비하는 유엔의 목표는 탄소중립 전환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시 시정 방향과 일치한다"고 이번 협약 추진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유엔 해비타트와 협약을 맺게 되면 부산시가 사업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인허가에 협조해야 하는 만큼 지상뿐 아니라 해상 개발이 우려됨에도 이에 대한 비판이 부재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이를 북항 일대에 조성하겠다는 건데, 특히 해상도시 조성과 관련해 고급리조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왔기에 이 역시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은 이를 1, 2면에 배치하면서 '노아의 방주'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장밋빛 전망만을 내비쳐 아쉬웠다.


8월 4일에 보도된 하이퍼튜브 공모참여 소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소식은 부산일보 <시속 1200km '하이퍼튜브' 시범단지 부산 유치 '시동'>(8/4, 1면), 국제신문 <다대포~가덕도 시속 800km 진공열차 추진>(8/4, 2면), KNN <다대포~가덕도 '하이퍼튜브' 추진>(8/4, 단신), KBS부산 뉴스광장 <시속 1,200km '하이퍼튜브' 시범단지 부산 유치 추진>(8/5, 단신)으로 보도됐다.

이 역시 공모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부산시가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보도가 이뤄졌다. 국제신문은 이에 대해 <어반루프 '대타' 의혹에…부산시 "초고속 진공열차 신산업 육성">(8/5, 3면)을 통해 하이퍼루프·튜브, 어반루프를 비교하는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장기표류사업' 신속 추진을 내세우며 부산시는 '소극행정'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들 사업 추진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했던 데는 사업성 미흡, 난개발과 특혜 우려 등의 '표류' 이유가 있었다. 부산시의 '장기표류사업' 프레임 속에서 부산시의 시계와 언론의 시계가 같이 돌아가선 안 된다. 오히려 언론은 '신속'을 앞세우며 여러 사업이 진행될 때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협상의 문제는 무엇인지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전협상제 #한진CY #장기표류사업 #부산시 #지역언론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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