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 탈출을 위해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 재장악을 선언하자 카불 국제공항에는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군중이 몰려들었으며 결국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공항은 마비됐다.
연합뉴스=EPA
원칙을 교조적 이상으로 적용하는 탈레반이 자신들과 동일한 수니파 위구르인들이 탄압당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전쟁 피해 복구와 경제 발전에 중국이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 역시 상식에 해당한다. 위구르 문제는 일반적이지 않은 레벨에서의 접근과 접점이 요구돼, 중국과 탈레반은 이미 외교적 접촉을 시작한 상태다. 그러한 점에서 탈레반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기를 바라는 미국을 비롯한 관점들은 현실적이지 못할 수 있다.
탈레반, 그 후
그러나 향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개연성이 높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가난한 국가들의 민생고부터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미국의 방식이다. 우리의 경우 원조는 물론, 심지어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6‧25 전쟁 당시 압도적인 미군의 지원과 인천상륙작전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이후로도 무제한적 원조와 함께 수출에 특혜를 부여하가까지 하는 미국에 대한 의존은 절대적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음 차차 성장시켜 이자까지 받아가는 미국에 비해 중국은 처음부터 악질적이다. 미국에 이어 2위까지 부상한 중국은 2위에 머물지 않으려 했다. '시황제'로까지 불리는 시진핑은 2013년부터 구상하여 시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에 국운을 걸고 있다. '새로운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의 '일대'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실크로드, '일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실크로드를 뜻한다. 한계에 이른 내수를 수출로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절하 하는 측면도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대와 일로를 통틀어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협력을 약속한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킨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발을 미끼로 하는 차관을 제공한 다음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를 지연시켜 상환금을 불어나게 만든다. 예컨대 항만의 경우 드나드는 선박이 많아야 사용료와 부대비용을 받아 상환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의 차관으로 건설된 항만들은 중국 이외에 이용할 국가들이 거의 없는 바람에 상환할 길이 막연해진다. 그 결과 상환이 되지 못하면 약정에 의해 항만을 강제로 빼앗기게 된다.
그런 현상은 중국의 자본이 유입된 모든 국가에서 예외 없이 발생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항구와 연결될 철도가 경유하는 말레이시아와 라오스, 미얀마는 물론, 일대 지역의 철도가 건설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의 국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파키스탄도 중국의 자본이 유입된 다음 하루가 다르게 경제가 몰락하는 상태였다.
물론 그들 국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위험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잇속 밖에 모르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문제없이 계약서에 사인 받을 수 있다. 일대일로가 노리는 의도의 본질이 경유하는 국가들의 피를 빠는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각설하고, 중국의 입장에서 아프간은 군침이 당기는 것을 넘어 반드시 예속시킬 이유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처럼 당근부터 제공한 다음 서서히 이자까지 받아내는 방식을 사용할 리 만무하다. 기존에 실행하여 짭짤하게 재미를 보았던 일대일로의 방식을 적용할 것은 말이 필요 없다. 또한 척박한 산악국가인데다 피해의 복구가 절실한 아프간은 중국의 차관을 마다할 형편도 아닐 테니까.
아프간이 비록 경제에 밝지 못하다고 해도 자신들이 예속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노리는 것이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 자체라는 것까지 확실해진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후 중국이 당면할 반발은 그동안 반복되었던 형태가 아니게 될 개연성이 높다.
그때 중국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약에 반발하는 국가들의 야당과 지식인들의 시위 대신 AK-47과 RPG 세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껏 아프간은 침공하는 자들에게 말로 하지 않았거니와, 전쟁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탈레반은 더더욱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전쟁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던 군벌로 이루어진 지방 세력들도 기다렸다는 듯 방아쇠를 당길 것인바, 중국에게 가혹하게 탄압 당했던 신장위구르가 '성전'의 주요한 명분으로 제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중국은 군사력의 파견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소련에 이어 미국까지 물리친 탈레반을 이길 자신은 없다. 게다가 중국의 패배는 미국처럼 철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개연성마저 높다. 현재 국경분쟁을 벌이는 인도와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대만과 중국을 증오하는 일본 등등, 중국의 파멸을 원하는 국가들이 산재하는 형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군사력을 파견했다가 좌절당하는 날에는 국가의 존립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게다가 군사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가 된 계약들을 탈레반 정부와 협의하여 완화하거나 새롭게 체결하게 되면 중국에 의해 피해를 당한 국가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역시 상식적이다. 그들이 차관을 상환하지 않고 항만과 철도 등의 국유화를 선언하게 되면 중국이 당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그럴 경우에도 인도와 대만과 일본을 비롯한 국가들이 가만있지 않을 만큼, 중국이 선택할 여지는 지극히 협소할 것이다.
지금의 예측이 현실화하기 위한 기간은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 정도로 여겨지는 바, 한국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국과 직접 연결된 걸린 북한과 맞닿은 데다, 미국의 의중까지 살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면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현실적 대책을 창출할 수 있는 정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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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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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아프간 탈레반 보며 느낀 점, 한국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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