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미 감독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미지.
사라 카리미 인스타그램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고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탈레반은 종교 의식 이외의 음악을 비롯해 영화라는 예술 자체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성 가수는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기도 했다.
카리미 감독은 또한 최근 몇 주간 탈레반이 협상중에도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잔인한 범죄행위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탈레반은 다수의 아이들을 납치했고, 어린 여아들을 탈레반 남성들에게 강제결혼으로 팔아넘겼고, 복장만을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성의 눈알을 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코미디언을 고문하고 살해했으며, 시인이자 역사학자도 죽였거니와, 정부의 언론센터장을 살해했고, 정부와 관련된 이들을 암살해왔고, 일부 시민들을 공개적으로 교수형에 처했으며, 무수한 가족들이 고향을 등지게 했습니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의 오랜 무력충돌은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를 시작한 5월부터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보복 공격과 암살작전이 자행됐다. 카리미 감독이 이 서한에서 언급한 코미디언은 애칭, 'Khasha Zwan'으로도 잘 알려진 나자르 모하메드(Nazar Mohammad)로 지난 7월 칸다하르에서 총살당했다.
8월 초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압둘라 아테피(Abdullah Atefi)는 탈레반에 의해 남부 우루즈간 주에서 살해당했다. 아프간 정부의 국내외 언론업무를 총괄했던 다나 칸 메나팔(Dawa Khan Menapal) 정부정보미디어센터장 또한 8월 6일 기도 중 살해당했다.
당시 탈레반 대변인은 암살을 인정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메나팔은 탈레반의 "특별공격으로 사망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댓가"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그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언론인, 활동가, 문화예술인들을 주 타깃으로 공격해왔는데 최근 3명의 여성 저널리스트 살해도 이에 포함된다.
카리미 감독은 소녀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는 탈레반을 비판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세간의 관심에서) 잊혀져 탈레반의 어두운 통치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아프칸을 포기하는 현 상황하에 우리는 지난 20년간 아프간 및 젊은 세대를 위해 이뤄낸 모든 성과가 이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과거 탈레반의 집권 당시 학교에 갈 수 있는 소녀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탈레반 퇴출) 이후로는 9백만의 소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탈레반이 장악한 3대 도시 헤라트에서는 무려 대학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잘 모르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최근 몇 주동안 탈레반은 수많은 학교를 파괴했고, 200만 명의 소녀들을 학교에서 추방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현실
지난 18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소녀와 여성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공식 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배경으로 유엔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탈레반의 약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리미 감독은 세계가 아프간의 비극적 상황에 침묵하지 않고 지원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세계가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아프가니스탄 밖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주세요. 세계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면 안됩니다. 우리는 아프간의 여성, 아동, 예술가, 영화인들을 위해 여러분의 지원과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아프간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라 카리미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는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보전하고자 예술가로서 사회에 도전한다"라고 당당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계정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최근 카불 공항의 혼돈, 거리 모습, 정치적 상황 등 현지 사정을 공유해왔다.
특히 탈레반의 카불 입성 후 자신이 다급히 출국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134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란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이 영상을 공유하며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고 카불의 현실이다. 지난주 영화제를 개최하기까지 했는데 이제 생명의 위협으로 도망가야 한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