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일 오후 부산시당사에서 당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김보성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데 번지수가 한참 틀렸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이어 부산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른바 "누가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닮았느냐"라는 논쟁이다.
시작은 윤 전 총장이 열었고, 반격은 홍 의원이 이어갔다. 두 사람은 마약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센' 발언을 내놓는 다른 나라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리 정치로 끌어와 대입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겨냥한 홍준표
지난 8월 31일 홍 의원은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A씨의 사건과 관련한 언론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사형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의원은 이 글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놈은 반드시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흉악 범죄자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표시한 것인데,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다음 날 윤석열 전 총장이 홍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고 나서면서다.
윤 전 총장은 1일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흉악범에 대한 처벌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면서도 홍 의원 글에 대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과 관련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좀 두테르테식"이라고 반응했다.
이어 그는 "우리 시스템이 흉악범에 대해 제대로 대응 못하게 되어 있다면 대통령은 시스템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 제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홍 의원은 바로 반발했다. 그는 다시 페북에 글을 올려 과거 국정농단 수사를 맡았던 윤 총장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홍 의원은 "문 대통령의 지시로 보수 우파 궤멸 수사에 앞장섰던 지난날 적폐 수사를 반성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라면서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며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그의 하수인이었다"고 공격했다.
홍 의원의 비판은 부산 방문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찾아 당원, 기자간담회를 연 홍 의원에게 사형제 관련 질문이 나왔다. 강력 범죄자 사형에 대한 견해를 묻자 홍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미국과 일본과 매년 사형을 집행한다. (두 나라가) 인권 후진국이냐"라며 반문한 뒤 "대통령이 된다면 확정된 흉악범은 전부 사형 집행을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두테르테 발언이 다시 거론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2017년 중앙지검장을 할 때 포악한 수사로 5명이 자살했다. 문 대통령이 시킨 대로 하고 7계단을 뛰어서 총장으로 벼락출세했다"며 "수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이 두테르테, 윤석열 전 총장은 하수인에 불과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내 대선주자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이번 설전의 시작인 윤 전 총장의 '입'을 문제 삼았다. 그는 "경쟁자를 비판하는 비유 대상으로 우방국인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하, 인용했다"라며 "이런 정치를 하면 한국 외교는 침몰한다. 주한 필리핀대사에게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정치적 평가와 상관없이 수교를 맺은 국가의 정상을 우리 정치 공방으로 끌고 온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