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여고재학생들의 필사시화엽서도시락방학중 학생들이 만들어준 시화엽서 3번째나눔
박향숙
오늘은 특별한 나눔이 더해진 날이어서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여름방학 때 모교인 군산여자고등학교의 재학생 140여 명이 필사시화엽서를 만드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모교의 후배에 대한 남다른 감정이 생겼다. 만들어온 엽서가 얼마나 명작품인지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감탄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학생봉사활동으로 제격이라며, 이 일을 제안한 나는 연달아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더 감사할 일이 생겼다. 군산여고 총동문회에서 어린 후배들의 봉사정신에 감동했다고 추석도 돌아오니 다음 엽서나눔에 떡을 함께 드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저 없이 감사하다고 넙죽 받겠다고 했다. 오늘이 9번째 엽서나눔일, 평일이라 학생들은 학교 공부로 나올 수 없어서 동문회(정미란 회장)의 임원 3명이 나와서 돕겠다고 했다.
아침에 출근을 하니, 사무실에 노인 몇 분이 계셨고 그중 한 분이 슬며시 말씀하셨다.
"나 지금까지 모은 엽서를 집 벽에다 붙여놨는디, 오늘도 주는가?"
"어머, 정말요? 오늘도 드리려고 가져왔어요. 또 백설기 떡도 함께 드릴 거예요."
"추석이 다가오니까 송편이 생각나네. 선생님이 주는 건가?"
"아니예요. 엽서를 쓴 학생들의 학교를 졸업한 선배동문들이 학생들 봉사활동에 감동했데요. 추석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떡을 드리고 싶다고 전화 와서요."
잠시 후에 떡이 오고 도시락이 준비되자, 평소처럼 식당의 봉사자들이 엽서를 찾았다. 이제는 특별한 부탁이 없어도 봉사자들은 알아서 도시락에 엽서를 끼운다. 층층이 도시락과 국그릇을 쌓으면서 엽서를 읽어보고 덕담도 주고 받는다. 떡을 기부한 동문회의 임원들도 평소에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 호흡이 척척 맞았다.
해마다 군산여고 동문회(1992년 설립)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역민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향파 합창단'의 합창제 무료공연과 사랑의 바자회를 개최하여 소외계층에게 연탄 나누기, 모교의 교내 미화봉사 등은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인 1916년 개원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의 동문이라는 자긍심은 지역에서 활동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