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들은 저마다의 특성에 맞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마땅히 한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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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벌어기지 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단골 현장학습 코스 중 하나는 동물원 혹은 동물체험 시설 견학이었다. 아이들은 야생동물을 가둬놓고 만지고 먹이를 주는 것을 '동물 사랑'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이는 고유의 삶의 방식을 박탈당한 학대에 해당한다.
작은 동물을 사육하는 것을 생태교육이라 여기는 곳도 여전히 많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이웃은 유치원생 아이의 과제로 개구리를 키워야 했다. 유치원에서는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아이들에게 올챙이를 컵에 담아 나누어 주고, 집에서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해오라고 했단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후, 이웃은 그 개구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하지만 나는 이웃보다 개구리가 더 당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의 연못에서 살아야 할 개구리가 작은 어항에 갇혀 실내에서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래서일까. 그 개구리는 이웃이 어떻게 하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런 교육 과정이 아이들에게 생명경시를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그들만의 터전에서 데려와 인간이 방식으로 키워도 된다는 사고 자체가 생명을 도구화하는 태도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생명경시' 교육은 초등학교 이후에도 계속된다. 2019년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동네 과학학원들에서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도 홍보 문자들을 보내왔다. 그런데 이들이 자랑하는 커리큘럼엔 '동물해부'가 버젓이 들어있었다. 소 눈, 개구리, 돼지 폐 등을 해부한다는 학원들의 홍보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놀라운 건 이 문자가 2000년 말에도 계속 되었다는 사실이다.
2018년에 개정되어 2020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에서는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사체포함)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원들이 이러는 이유가 있긴 하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정의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가 다 포함이 되는데, 대통령령으로 단서를 하나 달았기 때문이다.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는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이 법에서 제외된다'는. 이런 예외 조항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 법의 취지가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 실습을 금지' 하는 것인 만큼 이러한 해부 실험은 하지 않는 게 옳다.
세계적으로도 동물해부는 생명을 도구화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으로 인정돼 교육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해부 특강은 인기를 끌었고, 몇몇 이웃들은 SNS에 흰 가운을 입고 해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랑스레 찍어 올리기도 했다.
달라진 일상, '좋은 생명체'가 되어 가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