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옥 박사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된 조형물. 양복 차림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철거됐다.
천안시 사진 갈무리
그런데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 등은 이 인물이 조병옥 박사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얼굴과 외모, 복식이 조병옥 박사(1894~1960)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조병옥은 1919년 4.1 만세운동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으며 제주 4.3항쟁 당시 경무부장으로 제주도민 약 3만 명을 학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는 지난 5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고 빨갱이라는 이념의 잣대를 씌워 제주도를 피로 억압한 조병옥을 천안을 빛낸 인물로 홍보 책자 등에 홍보하고 독립만세 기념공원에 동상을 건립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천안시에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천안시는 올 초 관련 전문가들과 자문회의를 거친 뒤, 조병옥 박사로 지목된 동상을 철거하고 다른 인물로 교체하기로 했다.
세울 때는 요란하게, 철거할 때는 쉬쉬?
최근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 관계자들은 아우내독립 만세 운동기념공원을 방문했다가 다시 한번 놀랐다. 조병옥 박사로 지목된 인물 동상이 철거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잘못된 역사 조형물을 철거하는 일 자체가 역사적인 일임에도 천안시가 철거와 교체작업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몰래 벌였다"며 "이는 지난 13일 정읍 황토현 전적지 내 전봉준 장군 동상과 부조 철거 행사와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거된 조형물의 활용방안 등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와 아무런 후속 논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봉준 장군 동상은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조각가 김경승(1915~1992년)이 제작해 역사적으로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북 정읍시는 지난달 13일 철거 일정을 공개하고 유진섭 시장은 물론 지역 시민단체와 문화계 인사들이 이를 지켜보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