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가 5일 서울 충무로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손가영
던킨도너츠 안양공장의 식품위생법 위반 문제를 공익신고한 제보자와 시민사회단체가 공장 내 위생불량 상태를 보여주는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제보자 ㄱ씨는 특히 자신이 '일부러 기름을 떨어뜨리는 등 자작극으로 증거를 조작했다'는 회사 측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익제보자 ㄱ씨는 5일 오전 서울 충무로 인근 빌딩에서 열린 'SPC던킨 위생불량 추가 영상 공개 및 공익제보자에 대한 명예훼손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제보자를 지원하는 'SPC 파리바게뜨 노동시민사회단에 대책위원회(이하 SPC 시민대책위)가 주최했다.
ㄱ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증거를 조작한 악의적인 제보자로 낙인찍혔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당일 ㄱ씨가 찍힌 CCTV 갈무리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며 ㄱ씨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제보 영상을 촬영하면서 설비에 묻은 기름을 고의로 떨어뜨리고, 기름이 잘 떨어지도록 설비를 주걱으로 긁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또 ㄱ씨가 이날 해당 라인 근무자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ㄱ씨는 위생 문제가 있는 설비를 소형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상당수 언론들은 비알코리아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했고 회사 측은 ㄱ씨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증거 조작? CCTV 존재 알고 있는데 조작했겠나"
SPC 시민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 측 주장에 대해 "모두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ㄱ씨는 문제가 된 기계 라인에 자주 대체 근무를 서줬던 숙련공이었다. 기계는 숙련된 작업자만 다룰 수 있었는데, 담당자가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러 갈 때 ㄱ씨가 대체근무를 서줘왔고 CCTV가 찍힌 이날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ㄱ씨는 '기름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반죽 설비 위 천장은 전 면적에 걸쳐 기름때가 끼어있어 붉은 기름방울이 수시로 아래 반죽으로 떨어지고, 작업자의 위생복·위생모·피부에도 일상적으로 튀었다"고 밝혔다.
ㄱ씨는 또 회사가 지적한 '조작 행위'에 대해서도 "기름이 몸에 떨어지지 않게 기름이 잘 뭉치는 모서리 부분을 주걱으로 걷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ㄱ씨는 "직원이라면 CCTV 존재를 알고 있는데 고의로 조작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시민대책위원장)는 "회사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를 벌였고, '식품 테러'란 말까지 썼다"며 "책임을 전가해 자기 잘못을 덮으려는 태도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잘못을 제대로 인정할 때에야 앞으로의 개선과 재발방지책 나온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언론을 향해서도 "SPC던킨도너츠가 (증거 조작 주장을 내놓은 것은) 진실을 은폐해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실보도가 다시 한 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년 전 시작된 문제제기... "회사는 개선 의지 보이지 않았다"